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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구를 위한 '지도자 실명제'인가?

기사입력 2011.03.17 00:19 / 기사수정 2011.03.17 00:19

무카스 기자
 

무카스 미디어 한혜진 팀장
무카스 미디어 한혜진 팀장


[엑스포츠뉴스/무카스=한혜진 기자] '지도자 실명제' 단체가 나설 것이 아니라, '지도자 의견'에 먼저 귀 기울여라.

요즘 태권도계에서는 국기원에서 발행하는 품·단증에 관장명을 표기하는 것을 둘러싸고 단체 간의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추진 단체와 반대 단체의 입장과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의문점이 있다. 과연 ‘지도자 실명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이다. 이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진정 ‘회원도장 보호’와 ‘지도자-수련생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KTA는 15개 시도협회 의견에 따라 '지도자 실명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시도협회 중 유일하게 반대하는 서울시협회도 산하 25개 구지회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제는 단체마다 간과한 것이 있다. 지도자 실명제는 단체 입장과 논리로 이뤄질 사안이 절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선도장 지도자와 수련생들이 지도자 실명제를 ‘동의’ 하냐는 것이다. 일선도장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선되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시도협회는 회원도장의 여론을 단 한 번도 정확하게 수렴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치 회원들의 요구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KTA도 대다수 시도협회가 시행하자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식으로 끌려가는 형국이다. 종주국 태권도협회로서 대내외에 권위를 내세우기에 부끄러운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그만한 이유는 있다. 간선제로 치러지는 KTA 회장선거를 비롯해 주요 정책결정권이 시도협회(대의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도자 실명제'는 일선 지도자의 여론을 무시한 채 각 단체의 기득권 다툼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 각 단체가 회원도장을 운영권을 보호하고, 사제(師弟)간의 연결고리를 형성한다는 정책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모순점이 많다.

만약, 지도자 실명제가 스승과 제자의 연결 고리를 부여하기 위한 순수한 취지라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단증에도 모두 의무화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협회 회장명이 표기되는데 굳이 ‘소속 시도협회’까지 표기돼야 할 이유가 있는지. 또 언젠가 이전하거나 폐업 가능성이 큰 ‘도장명’도 표기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단증을 난잡하게 하는 소속협회와 도장명 표기는 당장 없어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지도자 실명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태권도계 상위단체인 KTA가 실행을 위한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앞서 전국 회원도장을 대상으로 ▷소속협회 표기 ▷소속도장 표기 ▷지도자명 표기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무기명으로 실시해 여론 파악해야 한다. 조사결과, 절대다수가 실명제를 원하면 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는 것이 절차상 올바르다.

무등록도장 영업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잘못된 판단이다. 무등록도장 역시 협회 등록만 안 되었지 모두 태권도인이 태권도 수련생을 양성하고, 승품단 심사를 보고 있다. 숲으로 치자면 똑같은 나무인 셈이다.

일례로 KTA 등록 회원도장은 총 8천847곳(2011년 3월 9일 기준 / 서울시 - 1천523곳)이다. 무등록 도장을 포함해 국내 태권도장 수는 약 1만 3천 곳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등록도장의 수가 4천 곳이 넘는다는 것이다.

무등록 도장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무등록도장이 등록도장 수를 추월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등록도장이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적지 않은 등록비를 내고 회원도장으로 가입돼도 별다른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회원도장 보호와 무등록도장과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무등록도장을 수용해 정식도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문턱을 낮추고 도장경영에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펼친다면 회원등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국기원도 지도자 실명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기원은 현재 KTA를 비롯해 시도협회 모두 공통된 의견이 모이면, 어쩔 수 없이 표기해줘야 한다는 식의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스스로 세계태권도본부를 자임하면 그만한 권위와 정책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국기원은 국내 승품단 심사권을 KTA에 위임한 만큼 승품단심사와 품단증 발급 등은 KTA와 상대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기원이 한국에 있고, 그동안 발행한 품단증 절대다수가 국내라고 의식한다면, 결코 세계적인 태권도 기구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태권도 단증의 가치는 국기원과 KTA, 시도협회 등 단체의 노력으로만 높이는 게 아니다. 태권도인 모두가 합심해 노력하면 스스로 높아지는 법이다. 스스로 권위 있는 단증을 소유하고, 제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사심을 버려야 한다.

[글] 무카스 제공

 

무카스 한혜진 기자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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