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설경구가 '킹메이커'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설경구는 1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킹메이커'는 세상에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故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 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됐다.
설경구는 '킹메이커'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김운범의 강직한 모습부터 서창대와 갈등하며 고뇌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얼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보는 이들의 몰입을 높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계속 늦어지면서, 저는 작년에 기술 시사 때 스태프들과 먼저 봤었다. 영화 전체를 못 보고, 제 모습만 계속 보이더라. 저의 아쉬운 부분들만 계속 눈에 들어와서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가 지난 달 언론시사회 때 두 번째로 봤었다. 여전히 저는 제 영화를 객관적으로 못 보는 사람 같다"고 쑥스러워하며 "아직도 저는 작품 속에서 제가 연기한 모습을 편하게 보는 사람은 아니다. 매 작품, 늘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고 얘기했다.
'킹메이커'는 2017년 개봉해 설경구에게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됐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과의 재회로도 화제가 됐다. 설경구는 "'킹메이커'는 '불한당'을 할 때 같이 받은 시나리오였다. '불한당'을 찍을 당시에도 드문드문 '킹메이커'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저도 직접적으로 같이 하자고 말은 안했는데 '불한당' 개봉 후에 1년이 지나고 보니 제가 '킹메이커'에 참여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故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실존 인물 연기가 부담이 됐다고 말한 설경구는 "처음에는 캐릭터 이름도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명을 썼다. 부담이 많이 돼서, 변성현 감독에게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었다. 바꾸니까 좀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너무나 조명을 많이 받은 인물이어서 이름을 바꾸더라도 영화를 보면 누구인지 아시는 그런 인물이기에 계속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부담이 큰 상태에서 촬영을 했었다"고 말을 이은 설경구는 "지금도 많은 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하는 걱정이 있다. 지난 번에 시사회를 한 번 했을 때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족 분들이 오셨는데, 어떻게 보실 지 너무 걱정이 되고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잘 보고 가셨다고 해서 좀 안심했다. 참 어려운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표 장면으로 꼽히는 극 중 연설신에 대해서도 "힘들었다. 제가 남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고 하는 성격도 아닌데다가, 변성현 감독이 목포에서의 연설 신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을 하는데, 촬영 두 달 전부터 스트레스가 오는 것이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최소한의 보조 출연자 분들은 있었지만, 나중에 어떻게 CG로 덧입혀질지 상상도 안 됐었고, 날씨도 폭염이었던 기억이 있다. 가만히 살펴 보면 김운범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기보다는 리액션을 많이 하는 캐릭터다. 김운범을 연기하면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킹메이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선균을 변성현 감독에게 추천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추천이라기보다는, 툭 생각나는 사람을 말해보는 것이다. '자산어보' 때도 갑자기 변요한 씨가 생각나서 이준익 감독님에게 말했었다. 그 때는 변요한 씨와 친분 관계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선균 씨가 출연했던 '나의 아저씨'를 시간 날 때마다 볼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보고 변성현 감독에게 말을 해봤던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물론 제가 했던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이선균이라는 사람이 참 좋다. 기복이 없고, 후배지만 멘탈도 강하고 무언가 자리를 잡아주는 사람의 느낌이다. 그런 단단함과 든든함이 있는 사람이어서 즐겁게 잘 촬영했었다"고 덧붙였다.
또 설경구는 "매 작품 참여할 때마다 '무언가를 얻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작품에 참여한 자체로 이미 무언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제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를 만난 것이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고 생각을 하고, 같이 만나지 못했던 배우들을 만나게 된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킹메이커'에서도 이선균 씨와 처음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것이고, 반대 진영에 있어서 함께 호흡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조우진 씨도 만날 수 있었다. 조우진 씨가 '자산어보'에도 나왔는데, 개봉은 '자산어보'가 먼저 했지만 사실은 '킹메이커'를 먼저 촬영했었다. 조우진, 유재명 씨도 그렇고 결국에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남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저는 이 영화에서의 미덕이 '배우 보는 맛'이 있는 것이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 해 '자산어보'로 청룡영화상 등 각종 영화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누구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던 설경구는 "제가 영화를 했던 초반에는 상을 많이 받았었다. '영화를 하면 늘 받는구나'라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고, 해외영화제도 많이 갔을 때여서 당연히 그런 것인 줄 알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다 10년이 넘게 뚝 끊기고, '불한당' 때 상을 받고 또 작년에 많은 상을 받게 됐다. 늘 떨리고 신인상을 받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상의 무게라기보다는, 상을 받으려고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정말 감사했다. 상이라는 것이 기대하면 오지 않는 것 같고, 편안하게 그 상황을 즐기면 보너스처럼 오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연기하려고 한다. 그런데 또 상 받은 것은 금방 또 잊어버린다"며 쑥스럽게 웃음 지었다.
차기작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으로 변성현 감독과 함께 한다. 설경구는 "'불한당'을 하면서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서로 인연이 아닐까. '길복순'이라는 제목 자체가 전도연 씨가 연기할 캐릭터의 이름이고, 제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제가 지금까지 받은 대본 중 제일 상업적인 내용이어서, 또 다른 변성현의 맛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현재 촬영 근황을 귀띔했다.
'킹메이커'는 지난 2019년 모든 촬영을 마친 뒤 코로나19 여파로 오랜 시간 개봉을 기다린 끝에 오는 26일 관객을 만나게 됐다. 설경구는 "12월 한 달 내내 저답지 않게 홍보를 많이 했다"고 너털웃음을 보이며 "코로나19로 인해서 개봉이 한 달 정도 또 미뤄지면서 저나 (이)선균이나 변성현 감독이나 계속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어서, 조금은 또 어리둥절하고 붕 떠 있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개봉 후에 어떻게 될 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영화를 향한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킹메이커'는 26일 개봉한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