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윤승재 기자) 8연패 탈출의 순간,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을 때 세터 김하경은 조용히 눈시울을 붉혔다. 표승주에 말에 따르면, 이후 김호철 감독의 격려를 받고나선 끝내 오열하기까지 했다고.
그럴 만도 했다. 수 년 간 백업으로만 활약하다 갑자기 주전 세터가 되면서 경험 부족은 물론, 선수들과의 호흡이 처음부터 맞을리 만무했고, 그 가운데 팀까지 연패에 빠지며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였다. 연패 탈출 순간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IBK는 지난 15일 인천 흥국생명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1-25, 28-26, 25-19, 22-25, 15-12)로 승리하며 8경기 동안 이어져 왔던 연패 사슬을 드디어 끊어냈다. 표승주가 28득점을 올린 가운데, 살아난 산타나가 23득점, 김희진이 22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김하경 역시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동안 IBK의 공격 루트는 김희진에 집중돼 있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희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확인한 김하경은 빠르게 볼 배분을 달리 해 산타나와 표승주의 비율을 높였다. 그 결과 자연스레 공격 루트가 다양해졌고, 김희진을 집중 마크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준비해온 흥국생명은 다채로운 상대 공격 패턴에 선수 마킹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그동안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던 산타나는 높은 공격 점유율 덕에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산타나를 믿고 다양하게 공을 배분한 세터 김하경의 공이 컸다. 여기에 김하경이 표승주와 김수지 등 기존 공격진과의 호흡도 점차 맞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연패 탈출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성장과 함께 만들어낸 연패 탈출. 김하경은 김호철 감독의 격려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자신을 주전 세터로 만들기 위해 집중 지도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담겨 있었을 터. 하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더 울어야 한다”라며 김하경을 독려했다.
김 감독은 “잘할 수 있는 선순데 본인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이 많았다. 이는 감독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라면서 강하게 성장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내 김 감독은 “그래도 오늘 승리로 마음을 가다듬고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라며 응원을 건넸다.
표승주 역시 김하경을 향해 응원의 한 마디를 건넸다. 이날 데뷔 후 최다 득점(28득점)을 기록한 표승주는 맹공의 비결로 김하경을 꼽으면서 “(주전 세터가 바뀐) 처음보다 세터와 잘 맞아가고 있는데 그 덕분에 최다 득점을 한 것 같다”라면서 “그동안 제일 힘들었던 선수가 (김)하경이일 것이다. 하경이에게 최대한 부담을 덜 주려고 한다. 아까 감독님 말 듣고 하경이가 오열하던데 옆에서 웃으면서 위로해줬다”라며 응원의 한 마디를 건넸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