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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은 그만, 심호흡으로 만들어가는 '진기쇼'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2.01.12 14:00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NC 다이노스 외야수 정진기에게 2021시즌은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 약 10년을 몸담았던 친정팀을 떠나 새 둥지를 틀었고, 새 팀에서 백업 역할을 해나가던 그는 후반기엔 팀 상황과 묘하게 맞물려 주전 기회도 잡아냈다. 주전으로 나선 경기에서 눈에 확 띄는 성적을 기록했다고 하기엔 무리는 있지만, NC로선 정진기의 존재가 큰 힘이었고 정진기 역시 야구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정도의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기억하고 있다.

‘올해는 좀 터졌으면 좋겠는데...’ 사실 정진기에겐 수 년 째 따라다니는 아쉬운 수식어가 있다. 만년 유망주, 정진기는 공수주에서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지만 좀처럼 경기에선 그의 능력이 100% 나오지 않았다. ‘포텐’이 터지지 않아 수 년 째 유망주에 머물러 있던 선수였고, 그만큼 SSG에 정진기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러던 중 NC가 그의 잠재력을 높이 사 트레이드가 성사됐고, 정진기는 정들었던 인천을 떠나 창원에서 새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정진기도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팬들에게 실망감을 계속 주는 점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향한 답답함과 실망감이 컸다. NC에서의 초반도 그랬다. 트레이드로 자신을 필요로 한 팀에 오면서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과 욕심이 생기면서 아쉬운 모습이 많이 나왔다. 자연스레 부정적인 수식어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고, 자신을 향한 기대도 컸던 탓인지 한 번 무너지면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정진기는 심호흡으로 버텼다. 생각이 복잡해 혼란을 겪었던 지난 시절을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이동욱 감독이 “안됐던 걸 너무 잡아두지 말고 받아들여라,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만 해”라며 격려를 반복한 덕에 정진기도 조금씩 몸에 힘을 풀기 시작했다. 마음을 비우자 몸을 짓누르던 부담도 과하게 힘이 들어갔던 몸의 긴장감도 덜해졌다.

그렇게 올림픽 휴식기 동안 열심히 배트를 휘두른 정진기는 후반기 조금씩 기회를 잡아갔다. 출전이 거듭되다 보니 타격감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히팅 존도 생기면서 타격에 눈을 떴다. 또 이전엔 모든 공을 다 잘 치려고 했다면, 후반기엔 마음을 비우고 잘 칠 수 있는 공만 골라 배트를 휘둘렀다. 그 결과 정진기는 후반기 첫 한 달 동안 22경기에서 타율 0.325(40타수 13안타) 3홈런을 때려내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호수비 ‘진기쇼’를 펼치며 팀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정진기의 물오른 타격감은 시즌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정진기에게 주어진 또다른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 제대로 맛본 손맛과 자신감을 기억하고 있는 정진기는 그 기억을 마무리캠프까지 이어가 좋은 타격 밸런스로 캠프를 마무리했다. ‘아직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소중한 경험에 정진기는 비시즌에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늦었을 수도 있지만 아직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안 되다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아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배트를 돌리는 게 효과가 있더라고요. 이런 무의식적인 플레이도 연습할 때 만들어 놔야 시합 때 나오는 거니까 비시즌 때 더 열심히 훈련해 놓으려구요.” 

“‘언제 터지냐’, ‘아픈 손가락’이라는 수식어를 아직도 듣고 있긴 하지만, 이젠 신경 쓰지 않고 제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마음을 비운 효과를 한 차례 봤던 만큼, 다음 시즌엔 정신적으로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활약을 이어갈 수 있는 시즌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창원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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