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화성, 윤승재 기자) 인자한 미소로 코트에 복귀한 김호철 감독이지만, 남다른 승부욕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의 ‘버럭 본능’도 조금씩 시동을 걸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23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25-21, 26-24, 14-25, 23-25, 14-16)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4연패에 빠지며 김호철 감독에게 첫 승을 안겨주지 못했다.
이날 기업은행은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패턴과 빠른 템포, 그리고 선수들의 높은 집중력으로 1,2세트를 내리 따내며 ‘8연승’을 달리던 한국도로공사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하지만 3세트부터 다소 체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더니,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며 3~5세트를 내리 내주며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그 과정에서 김호철 감독의 목소리 톤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2세트 20-20 동점 당시 작전 타임을 건 김 감독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정신차려”라며 선수들을 다그치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 만큼의 호통은 아니었지만 ‘버럭’ 시동이 서서히 걸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3세트 이후엔 다시 나긋 모드로 돌아갔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말로만 예, 예 하지 말고” 등 뼈있는 말은 계속됐다.
경기 후 만난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친 이유에 대해 “욕심이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2세트까지 이기다 보니까 욕심이 생기더라. 빠르게 첫 승을 할까 싶어 선수들을 다그쳤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들도 2세트를 이겨놓고 나머지 세트를 대응하는 정신력이나 대처하는 방법 훈련이 돼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선수들과 대화를 하고 여러 조언을 하면서 대비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작전 타임 당시 김호철 감독은 세터 김하경을 집중 지도하기도 했다. 김하경이 올리는 세트 질에 따라 공격수들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 김호철 감독은 “세터 김하경과 볼 배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몇 가지를 연습했는데 오늘 경기에선 잘 안 나왔다. 오늘은 공이 양쪽 날개에 몰렸는데, 앞으론 좀 더 다양하게 하다보면 공격수들도 편안하게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호철 감독의 ‘버럭 모드’가 조금씩 가동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은행의 경기력이 답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2세트는 기업은행이 완벽하게 주도했다. 하지만 초반 세트에 온 집중력을 쏟아 붓다보니 3세트 이후 체력이 고갈된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그만큼 연습이 안 돼 있고 마음만 앞서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으나, 이내 “선수들의 표정이 많이 바뀌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가장 큰 소득이다”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경기 전 김호철 감독은 팬들에게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면 좋은 팀으로 거듭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버럭 호철'의 말대로 기업은행은 두 경기 만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노래했다. 적장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 역시 “기업은행이 원래 높이도 있고 공격력도 좋은 팀인데 몸이 더 올라오면 더 좋아질 것 같다.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라며 경계하기 까지도. 심각한 내홍으로 초토화 수준까지 갔던 기업은행이 '버럭 호철'의 지도 하에 어디까지 다시 날아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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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