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팬에게 붙는 '보살'이라는 별명의 실상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열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이 단어 속에서 한화는 여전히 약팀이며, 팬들은 그런 한화를 '견디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움직임의 이유를 올겨울 안에서만 찾기엔, 인내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한화는 지난달 내부 FA 최재훈을 잡으며 어떤 팀보다 빠르게 집토끼 단속에 성공했다. 최재훈의 계약을 두고 오버페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화에서 차지하는 최재훈의 비중, 그리고 현재 불고 있는 FA 시장의 역대급 광풍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합리적인 계약이었다.
그렇게 리그 1호 계약을 마친 한화가 외부 FA 큰손이 될 것이란 전망은 자연스러웠다. 누가 봐도 올해는 한화의 외부 영입 최적기였다. 시장에는 한화에 필요한 외야수가 즐비했고, 유망주 4명이 상무 야구단에 발탁되면서 FA 영입 시 보호명단 구성에 부담이 덜했다. 페이롤은 한화만큼 널널한 팀도 없다. 현장과 프런트도 모를 리 없었다. 시기와 상황이 모두 한화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거액을 턱턱 안기며 FA 선수들을 영입하고 또 다른 이야기들이 오가는 동안 정작 한화는 조용하기만 했다. 스토브리그 시작과 함께 여러 입을 통해 기대를 안겼던 구단의 스탠스는 점점 소극적으로 변했고, 우선 순위를 추려 놓고도 시장만 주시하다 결국 FA 철수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몇 표현들이 팬들에게 상처를 안기는 일까지 있어 구단이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오해는 꽤 오랜 시간 방치된 뒤였다.
한화는 올 시즌 최하위를 했다. 18연패 굴욕을 당했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위. 그 전 시즌에는 9위를 했던 한화였다. 부끄러운 성적이다. 그래도 분명하던 한계 대신 희망을 더 크게 바라봤던 건, 팀이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모두가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의 모습만 본다면 방향만 있을 뿐 전진하려는 의지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달라진 태도는 팀이 확실하고 구체적인 기조를 갖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안겼다. 팬들은 무엇을 위해 리빌딩의 시간을 감내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근거를 아이러니하게도 구단의 모습 때문에 잃었다. 트럭시위까지 감행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화 팬들의 움직임은, 단순히 외부 FA 영입 포기에 대한 분노가 아닌 한화를 응원했던 날들에 대한 허망함과 배신감에 가깝다.
선수 한두 명을 영입한다고 우승 후보가 될 수 없고, 단숨에 5강권에 진입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 팀은 변화한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가진 한화라면 성공 경험이 있는 선수의 합류가 가지는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그런데 오버페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력 보강을 하는 건 오히려 한화 위에 있는 팀들이다.
이미 한화보다 좋은 전력을 가진 팀들도 업그레이드를 꾀하는데, 구경만 하는 한화는 다시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씨앗도 땅과 햇빛, 물이 없으면 싹을 틔우고 성장할 수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다. 그 환경을 만드는 건 결국 타이밍이고 정성이다. 척박한 땅에서 행복을 노래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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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