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임성재가 왓챠 오리지널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재방송'(감독 손석구)을 통해 여운을 남기는 인상 깊은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8일 공개된 '언프레임드'는 배우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이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로, 임성재는 손석구 감독이 연출한 '재방송'에 출연했다.
'재방송'은 결혼식장에 동행하게 된 이모(변중희 분)와 조카 수인(임성재)의 하루를 그린 로드무비. 임성재는 투덜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모의 조카이자, 무명배우 수인 역을 연기했다.
수인은 마음 한 켠에 자신을 키워준 이모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는 자꾸만 무심한 듯 툭툭 이야기를 내뱉는다. 임성재는 그런 수인의 마음 속 진심들을 찰나의 말과 표정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며 보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언프레임드'는 지난 10월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관객들을 먼저 만났다. 그 중에서도 '재방송'은 곳곳에 묻어난 위트와 따뜻함으로 보는 이들에게 남다른 공감대를 선사했다.
"'재방송'만 따로 본 적은 없고, '언프레임드' 자체를 네 번 정도 봤었거든요"라고 떠올린 임성재는 "영화제 때 영화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남겨놓았었죠. 사실 제가 나온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든데, 그래도 최대한 영화 자체를 보려고 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봤더니, 꽤 귀여운 영화더라고요?"라며 웃어 보였다.
엄마(오민애)가 신신당부한 양복 차림으로 어깨에 딱 붙는 백팩을 멘 채 언덕 높이 자리한 이모의 집을 찾은 수인의 첫 등장부터 남다른 현실감이 전해진다.
임성재는 "수인은 항상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평소라면 헐렁하게 멜 수도 있었는데, 이모가 수인이에게 반찬을 많이 주잖아요. 그래서 더 어깨에 딱 달라붙게 멘 것이죠. 그런 부분까지, 최대한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어요"라고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디테일하게 공 들였던 부분을 전했다.
변중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순간순간들은 더욱 특별한 기억이다.
"변중희 선생님의 연기를 정말 좋아해요. 제가 연기한 모습을 보려고 눈을 돌렸다가도, 희한하게 다시 선생님에게 눈길이 가게 되더라고요? 사실 또 재미있었던 것이, 제가 이모의 뒤통수를 보고 있는 장면들이 많아요. 제가 소파에 누워 있고 자연스럽게 이모의 뒤통수를 보고 얘기하는 장면이죠. 저는 실시간으로 선생님의 연기를 볼 수가 없잖아요. 버스 안에서도 이모의 뒤통수를 보고 있는데 그것 역시 제가 실시간으로 볼 수 없는 배우의 얼굴이고요. 그런데 그 모습들을 스크린으로 봤다는 것이, 제게는 재밌는 경험으로 남았죠."
손석구 감독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통역관 역으로 짧게 모습을 드러낸 임성재의 모습에 반해 언젠가는 꼭 같이 작업하겠다 마음먹었고, '재방송' 캐스팅으로 그 생각을 이뤘다. 임성재와 '재방송'을 함께 하기로 한 후 본래 여자였던 수인의 캐릭터 설정을 바꾸기도 했다.
손석구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가 든든한 힘이 됐다고 말한 임성재는 "손석구 감독님이 정말 전적으로, 배우들에게 플레이 그라운드를 열어주셨다고 해야 할까요. 워낙 가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해서 당황하지 않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저도 경계 없이 더 자유롭게 그 그라운드를 드나들 수 있었고요"라고 얘기했다.
"혹시나 잘못 해석해서 들으신다면, 저희 현장이 굉장히 풀어졌다거나 혹은 만만디하게 했겠다 싶을 수도 있을 것이에요.(웃음) 저희 스태프 분들이 정말 저희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영역을 정확히 정해주셨거든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정확했기 때문에 그 기운을 이어받을 수 있었고, 이해도 훨씬 쉬웠어요. 서로의 이견 없이 맞춰갔던 현장이었죠."
"치밀하게 하되, 완벽하게 찍으려고 하지 말고 행복하게 찍자"는 얘기를 함께 나누며 손석구 감독과 많이 소통했다고 전한 임성재는 "그 때마다 감독님도 '정말 내 모든 것을 불태워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꽤 합이 괜찮았던, 좋은 콤비네이션이 아니었을까 싶어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임성재는 손석구 감독을 비롯해 변중희, 오민애까지 "제가 동료 복이 진짜 많아요"라면서 "서로 합을 맞출 때, '연기를 탁 댄다'고 표현하는데 오민애 선배님과는 정말 더 맞출 것이 없는 느낌이었거든요"라고 뿌듯해했다.
이어 "저도 제 주변에 실존하는 많은 분들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였거든요.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하고, 저 역시 누군가를 또 떠올리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재방송' 연기를 보고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거듭 인사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 샘컴퍼니, 왓챠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