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1군에서 뛰는 꿈도 꿨었어요."
롯데 자이언츠는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후 1, 2군간 교류가 늘었다. 짧게나마 1군 무대를 겪고 동기부여를 얻는 선수가 많았다. 그중에는 1군에서 받은 기회를 살려 자리잡는 사례도 적지 않다. 투수 중에는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며 가능성을 보인 재목도 나타났다. 김도규(23)다.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도규는 입단한 지 4년 만에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다. 경기도 파주에서 지난해 말까지 박격포병으로 군 복무할 당시에는 "내게도 1군에 오래 머물 날이 올까"라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꿈도 꾸던 일이었다. 1년이 지난 뒤에는 1군 선수로 123일 동안 등록돼 있던 자신을 돌아 봤다. 김도규는 "야구하면서 올해만큼 행복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도규는 1군 무대를 밟은 첫 해에 43경기에 구원 등판해 잠재력을 보여 줬다. 190cm, 98kg의 체격을 활용해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힘 있는 공을 뿌렸다. 서튼 감독은 적은 점수 차에도 김도규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김도규가 선발 투수와 필승조 사이에 다리 역할을 잘 해 줬다"고 평가했다. 김도규는 불펜 투수를 평가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승리기여확률합산(0.98, 스포츠투아이 기준) 부문에서도 가치를 보여 줬다. 롯데 불펜에서는 김원중, 최준용 바로 다음이다.
김도규는 "필승조가 연투해서 쉬거나 자리를 비우면 내가 투입되거나, 1, 2점 차 지고 있을 때 버티거나, 생각해 보면 나가야 할 상황이 많았다. 4점 차여도 필승조가 쉬면 내가 나가 던졌고, 선발 투수가 일찍 내려간 뒤에는 6회에도 나가 던졌다"면서도 "사실상 풀타임 시즌은 처음이었다. 힘든 적도 있었지만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올해만큼 타자를 많이 승부해 본 적도 없었다. 던지는 날이 늘면서 스스로도 많이 깨닫고 배웠다. 마운드에서는 내가 잘 던지지 못하면 우리 팀의 승패에도 영향을 준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군 선수로 등록돼 있던 시간 동안 김도규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 9월 3일 한화전에서 거둔 첫 홀드, 나흘 뒤 삼성전에서 올린 첫 승은 절대 잊히지 않을 기억. 1군 무대를 밟기 전부터 간혹 해 오던 야구 게임에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카드가 생겨 신기하다. 그는 "1군에 이렇게 오래 머물 줄 몰랐다"며 "이제는 '게임에도 내가 나오는구나' 싶었다. 좋은 등급의 카드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내 카드로 플레이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는 실제보다 더 빨리 던지더라"라며 웃었다.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마무리 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중점을 두고 운동했다. 시즌 막판에 체력이 떨어진 걸 스스로 느꼈기에 비시즌에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했기 때문이다"라며 "올해 힘든 적도 있었지만 팬 분들 응원을 받아 보니까 다시 힘이 나더라.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마음으로 던지고 싶다. 나가서 던지라고 하시면 언제 어느 때든 나가겠다. 내게는 그 목표 하나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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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