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강릉, 김정현 기자) 2021시즌 K리그 승강PO 2차전은 화려한 골과 플레이로 강릉종합운동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러나 경기장을 둘러싸며 앉은 볼보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강원FC는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원큐 K리그 승강PO 2021 2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 1차전 합계 스코어 4-2로 강원이 역전에 성공했고 K리그1에 잔류했다. 강원은 '1차전 패배는 K리그2'라는 그간의 공식을 깨버리며 역사를 새로 썼다.
K리그의 2021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이 날 경기는 네 골이 터지며 11일 대구에서의 7골 폭죽의 기운을 이어갔다. 강릉종합운동장을 찾은 강원과 대전의 팬들은 열띤 응원전으로 양 팀의 K리그1 합류를 위해 박수를 보냈다.
전반 16분 이종현(대전)이 엄청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대전 팬들을 열광케 했다. 강원은 10분 뒤 김대원의 돌파에 이은 이지솔의 자책골로 분위기를 바꿨고 4분 사이에 세 골을 몰아치며 급격한 반전을 끌어냈다.
폭풍 같은 전반이 지나고 후반 들어 대전의 공세가 거세졌다. 강원은 수비 안정화에 신경 쓰면서 틈틈이 역습을 노렸다. 대전은 두세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추격에 실패했다. 마음 급한 대전은 볼이 나갈 때마다 빨리 볼을 요청했고 강원의 볼보이들은 제때 볼을 건네주지 않았다.
대전이 가장 화를 낸 부분은 후반 중반 나왔다. 후반 30분경 오른쪽 측면에서 대전의 스로인이 선언됐다. 볼은 터치라인 밖으로 향해 새 볼이 필요했다. 대전 선수는 빨리 볼보이에게 볼을 달라고 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대전 선수가 직접 육상 트랙으로 뛰어가 볼을 가져올 정도였다.
볼보이가 앉은 곳은 공교롭게도 대전 원정 팬들의 구역이었고 대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지역 바로 옆이었다. 대전 피지컬 코치는 해당 볼보이에게 강하게 말하며 항의했다. 강원 구단 관계자가 달려가 상황을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대전 원정석에선 온갖 욕과 함께 물병까지 투척 됐다. 상황이 험악해지자 경기 감독관은 볼보이 교체를 지시했다.
해당 볼보이는 주변에서 뭐라 하건 미동조차 하지 않는 강심장의 모습을 보이며 마음 급한 대전 팬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채 적진에 홀로 나선 강원 선수인 양 돌부처의 자세를 유지했다.
이 볼보이 외에도 후반에 대전 골문 측 볼보이는 김동준 골키퍼의 볼을 달라는 요청에 오히려 반대편으로 던져줬다. 대전 원정석에선 또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응원을 진두지휘하는 남성은 확성기를 들고 욕설을 퍼부었다. 거기에 들것조 역시 한국영이 후반 막판 쓰러졌을 때,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런닝머신 속도 3'에 맞춰서 뛰어가 빈축을 샀다.
당시에 크게 화를 냈던 이민성 감독은 "원정 경기인 걸 고려했다. 어쩔 수 없다. 심판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많은 팬들이 오신 경기인데 좀 그렇더라. 깨끗한 경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홈 어드벤티지는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다. 제가 굳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볼보이도 분명 홈 팀이 운영하는 만큼 '홈 어드벤티지'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2019/20시즌 토트넘 홋스퍼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 올림피아코스와의 홈 경기에서 볼보이로부터 이득을 얻었다. 1-2로 뒤지던 후반 5분 하프라인 근처에 있던 볼보이의 빠른 볼 토스로 해리 케인의 동점골이 터졌다. 조세 무리뉴 당시 토트넘 감독은 해당 볼보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그 소년을 1군 팀 식사 자리에 초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원의 케이스는 다르다. 볼보이 한 명의 개인적인 행동이었다면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았다. 강원이 전반을 3-1로 마치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거리가 먼 지역의 볼보이들이 비슷한 행동을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명승부로 남을 2021시즌 승강PO 2차전에 큰 오점을 하나 남겼다.
사진=강릉, 김정현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