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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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피디아] 아이유는 사랑인것같아…11월에 듣는 ‘러브 포엠’ (진진봐라) 

기사입력 2021.11.21 12:10



[진진봐라]는 진짜 진짜 꼭 (들어) 봤으면 좋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추천하는 ‘개인의 취향’ 100% 반영 코너입니다. 핫한 가수들의 앨범 혹은 숨겨진 명곡, 추억의 노래부터 국내외 드라마, 예능, 웹 콘텐츠 등 한때 누군가의 마음 한 편을 두드린 선물 같은 콘텐츠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차곡차곡 신곡이 늘어난 플레이리스트를 세로질러 올라가다 보면, 언제나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는 앨범이 있다. 길을 걷다 겨울 간식을 만나게 될 운수 좋을 날을 기다리며 누구나 가슴에 삼천 원쯤은 품고 다닐 준비를 하는 시기, 그보다 중요한 ‘겨울맞이’ 준비는 플레이리스트 속 ‘러브 포엠’ 앨범을 찾는 것이다. 11월이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이 앨범을 가만히 듣다보면, 주체할 수 없이 샘솟는 사랑을 띄어쓰기 없이 마구 쏟아내고 싶어진다.

아이유는 지난 2019년 11월 다섯 번째 미니 앨범 ‘러브 포엠(Love poem)’을 발매했다. 이제와 타자를 치는 것조차 손 아플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 가득한 이 앨범은 전곡을 작사한 아이유가 직접 적은 앨범 소개, 곡 해석과 주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첫 번째 트랙 '언 럭키(unlucky)'는 곡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경쾌함을 안긴다. 길을 잃어도, 비틀거려도 ‘계속 또각또각 또 가볍게 걸어’라 말하는 화자는 무수한 빈칸과 질문 앞에서도 결국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도 몰라’라는 결론을 내린다. 곡 소개에서 아이유는 “행운을 골라내고도 남는 게 많은 인생이었으면 좋겠다”며 ‘언 럭키’를 “나 스스로에게 부르는 응원가”라고 말했다.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항아리는 언제나 요행을 외치지만, 나에게 선물하는 응원가를 들을 때만큼은 행운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제법 괜찮게 비틀거리며 걸었다는 위로가 피어난다.

두 번째 트랙에 배치된 ‘그 사람’은 모던한 블루스 음악으로 단조로우면서도 깔끔하다. 이 곡은 ‘그 사람 부끄러워 않아요 / 쉬운 농담에 쉬이 웃지 않고요’, ‘날 살게 하던 총명한 말 마디마디’ 등 간결하게 떨어지는 설명만으로도 사람 애타게 하기 딱 좋은 ‘그 사람’에 대해 노래한다. 아이유의 목소리와 노랫말을 따라, 사람 마음을 온통 헤집어 놓고 훌쩍 떠나 버린 ‘그 사람’을 떠올리다보면 노래는 금세 끝이 난다.



‘러브 포엠’의 타이틀곡 ‘블루밍(Blueming)’은 세 번째 트랙에 자리했다. 역동적인 밴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블루밍’은 밝고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사랑을 쏟아낸다. 감성 충만한 새벽 전 연인에게나 받을법한 ‘뭐해?’라는 두 글자가 ‘블루밍’에선 세상 로맨틱한 언어가 된다. “결정적인 딱 한 마디만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말을 사용해 상대에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때”의 감정이 가감 없이 담긴 가사는 이 곡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네가 보고 싶어’라는 마음을 담은 말들이 오고 간 메신저 대화창을 ‘둘만의 비밀의 정원’이라고 표현한 아이유는 ‘띄어쓰기없이보낼게사랑인것같애 / 백만송이장미꽃을, 나랑피워볼래?’라는 고백을 전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담백해질 수 없는 때의 근사한 고백, 아이유의 장난스러운 은유들이 곡을 듣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네 번째 트랙 ‘시간의 바깥’은 지난 2011년 발매된 아이유의 정규 2집 타이틀곡 ‘너랑 나’를 알고 듣는다면, 알 수 없이 가슴이 웅장해지는 곡이다. 곡에 대해 아이유는 “시간이라는 제약 속에 너무 오랫동안 묶어 둔 게 미안해 아예 시계의 바깥으로 둘을 꺼내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너랑 나’의 시간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을 이야기한다. '어디도 닿지 않는 나의 닻', '낮에도 밝지 않은 나의 밖' 등 합격목걸이를 강제로라도 쥐여주고 싶은 라임과 '내가 널 알아볼 테니까', '기다려'라 자신 있게 말하는 가사도 인상적이다. 

5번 트랙 ‘자장가’는 아이유가 ‘밤편지’의 작곡가와 다시 만나 부른 R&B 곡이다. “꿈속에 찾아온 사람의 시점에서 쓴 가사다. 깨고 나면 잊히게 될 꿈에 찾아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잠을 재워 주고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는 설명으로 곡의 서사를 완성한다. 피아노 선율과 아이유의 섬세한 목소리만으로 채워져 더욱 ‘자장가’라는 제목에 걸맞게 탄생됐다. 

선공개곡이자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고 있는 ‘러브 포엠’도 밴드 사운드가 인상 적이다. 어딘가 음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희망을 보게 하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이 곡에 대해 아이유는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괴로워 재촉하듯 건넸던 응원과 위로의 말들을, 온전히 상대를 위해 한 일이라고 착각하곤 했다”는 진솔한 말로 표현한다. “서로의 시를 들어 주면서, 크고 작은 숨을 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이 곡에서 아이유는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남을 위한 응원이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남겨질 나를 위했던 말들, 가슴 한 편에 엉킨 채 방치해둔 그 감정을 아이유는 매듭을 풀어내 솔직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마주하게 된 감정의 실체를 곱씹고, 그의 바람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아이유가 부른 사랑시는 끝이 난다. 순정만 담겨 있다면 시 안에선 모든 것이 시적 허용된다는 아이유의 앨범 소개처럼, 아이유가 진심이라 자부하는 가사들은 곧이곧대로 마음에 박힌다. ‘러브 포엠’으로 11월, 포근하면서도 묵직한 초겨울을 음미해보자.

사진=엑스포츠뉴스DB, ‘러브 포엠’ 앨범 커버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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