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현세 기자) "제 가을야구는 2017년이 마지막이었죠."
KT 위즈는 지난해 12월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신본기와 박시영을 받고 유망주 투수 최건과 2022년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내 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해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만큼 전력을 키우기 위해 힘썼다. 당시 이숭용 단장은 "신본기의 영입은 내야 뎁스를 강화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용폭이 큰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 평가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신본기는 올 시즌 9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6(174타수 41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632를 기록했는데, 주로 대타와 대수비로 출전하면서도 굵직한 활약을 보여 주기도 했다. 더구나 내야 전 포지션을 돌며 기존의 황재균, 박경수, 심우준이 기복을 보이거나 서로 체력 안배가 필요할 때면 사실상 주전이 2명 있는 효과를 보게 만들기도 했다. 앞서 이강철 감독은 "본기를 비롯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로 인해 운영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선수층의 두께를 키운 KT는 올 시즌 76승 59패 9무(승률 0.563)로 삼성과 정규시즌 공동 1위에 올랐고, 1위 결정전 끝에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과로 말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KT가 단행한 선수 영입은 성공적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리고 신본기는 가장 중요한 순간인 한국시리즈에서도 존재감을 뿜어내며 KT에 빈틈을 찾아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KT에는 베테랑 2루수 박경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생겼다. 박경수는 지난 17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결승 홈런과 호수비를 연이어 펼치다 모호한 위치에 뜬 타구를 잡으려 하는 과정에서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입었다. KT는 박경수 대신 신본기는 박경수의 자리에 투입했는데, 이날 8번 타순에 선 신본기는 5-1로 추격당하기 시작한 5회 초 자신의 포스트시즌 통산 첫 홈런을 터뜨리며 승기를 내 주지 않는 역할을 했다.
KT는 신본기로 인해 시리즈 MVP 후보로도 평가받는 주전이 빠졌는데도 틈을 느끼지 못했다. 앞서 롯데 시절이던 2017년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뒤로 한국시리즈에는 처음 나선 신본기는 "주전으로 많이 나가다가 근 2년 동안에는 백업으로 출전하고 있는데,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기는 것 같다"며 "힘들기는 해도 그 안에서 준비하면 오늘 같이 잘 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었다.
신본기는 또 "롯데도 좋은 팀이고 분위기도 비슷하다. 많이 뭉쳐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독, 코치님께서도 잘 지도해 주신다. (박)경수 형, (유)한준이 형께서 많이 도와 주시는데 자신의 역할을 잘하신다. 1위 팀이 처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며 "나의 가을야구는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경험을 한번 했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회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승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고척, 김한준, 고아라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