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류승룡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감독 조은지)를 통해 극의 중심에서 특유의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17일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로 얽힌 이들과 만나 일도 인생도 꼬여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 분)의 버라이어티한 사생활을 그린 영화다.
류승룡은 전 국민이 아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내놓은 이후 무려 7년째 슬럼프를 겪는 중인 작가 김현을 연기했다. 이제는 전 부인이 된 미애(오나라 분)와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을 뒤로 하고, 두 번째 결혼 생활 중이다. 출판사에 약속한 원고 마감 날짜가 다가오지만 글은 마음처럼 써지지 않아 앞이 캄캄한 가운데, 우연히 천재 작가 지망생 유진(무진성)의 습작을 보고 그에게 공동 집필을 제안한다.
우여곡절 상황 속에서 극 중 가장 다양한 인물들과 어우러지며 다양한 관계들의 연속을 보여주는 류승룡의 모습이 눈에 띈다.
2019년 1월 개봉한 '극한직업'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류승룡은 "'장르만 로맨스'는 정말 아름답게 찍은 작품이다. 시나리오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에 공감이 많이 됐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더라"며 "재밌는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하고 있더라. 이 영화가 그랬다. 팀워크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있겠다 싶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이 시나리오의 특이한 점이자 매력적인 지점은, 약간 지질하지만 응원을 얻을 수 있고, 숨기고 싶지만 '나도 저런 모습이 있었어' 같은 솔직함과 용감함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자신이 연기한 현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앞서 류승룡은 '장르만 로맨스'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방점을 찍어 줄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캐릭터가 센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았나"라고 말한 류승룡은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 '염력' 등에서 연기했던 인물들은 사실 평상시에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인물들이다. 생활밀착형, 언제나 옆에서 볼 수 있고 있는 것 같은 인물들을 연기하는데 두려움과 또 갈급함이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어려웠던 부분은 동료 배우이자,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장편 상업 영화에 처음 도전한 조은지 감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류승룡은 "조은지 감독에게 '생활밀착형 연기가 내 아킬레스건이고, 좀 두렵다'며 도와달라고 말했더니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라. 실제로 촬영장에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조은지 감독이 아무래도 배우 출신이다 보니 시각화된 언어에 특장점이 있더라.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고 꺼내줬다. 특히 잘 안 풀리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저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솔루션을 줄 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정말 많지 않다. 깜짝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라고 연신 고마워했다.
영화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로 표현된 인생의 희노애락에 특히 공감했다고 말한 류승룡은 "어찌됐든 우리가 피하고 싶어도 계속해서 관계 속에 둘러싸여 살 수 밖에 없지 않나.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가 없더라도 우리는 누군가의 자녀들이고, 사회에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또 부딪히게 된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극 중 인물들을 보면 나이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또 앞으로 나이를 먹게 되더라도 받게 되는 상처들과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톱니바퀴처럼 얽힌 부분들을 유니크하게 잘 풀어줬다"며 "제목이 '장르만 로맨스'인데, 이 안에는 코미디와 비극, 재난, 블록버스터, 누아르가 다 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장르로 잘 표현한 것 같아 공감이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장면으로 현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을 꼽은 류승룡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 나를 좋아하느냐. 이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다. 그것들의 색을 섞는다고 해서 본연의 색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이 인간에 대한 자존감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들더라"며 유심히 보면 더 좋을 관전 포인트를 귀띔하기도 했다.
또 "'장르만 로맨스'를 촬영하며 저 스스로도 관계에 대해, 주변에 대해, 또 상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저는 유머와 웃음이 가장 큰 면역력이고 치유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정말 감사하게도 땅에 붙어있는 코미디,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를 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휘발되는 웃음이 아니고, 잔상에 남는 코미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계와 극장가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현재에 '장르만 로맨스'가 소중한 사람과 영화적 경험을 같이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류승룡은 "'장르만 로맨스'가 포문을 열고, 11월에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저희 영화가 그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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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