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지난해 10월에도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런데 한 달 동안 16승 7패(승률 0.696, 1위)를 거두며 3위에 올랐다. 당시에도 FA 선수들을 수년간 떠나 보낸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가 적지 않았지만,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이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렸다.
올 시즌에는 더 낮은 곳부터 시작했다. 지난 6월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진 두산은 7위로 내려앉았다. 9월 초에는 8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7, 8월에도 8승 11패 2무(승률 0.421, 8위)에 그치며 하위권으로도 평가받기 시작했는데, 9월 중순부터 반전을 꾀했다. 두산은 이 달에만 16승 8패 3무(승률 0.667, 1위)를 달리며 4위에 올랐다. 시즌 막판에는 하루이틀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지만 두산은 어렵게 차지한 4위를 끝내 지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두산의 위치는 낯설었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2015년부터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2015년과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게 가장 긴 여정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외국인 선수 워커 로켓과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시즌 막판 순위 싸움으로 국내 투수들의 과부하가 심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난 정규시즌 5위 키움에 업셋당할 위기에도 몰리며 '탈락 후보'로 꼽히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3위 LG를 꺾고 2위 삼성에 기선제압하며 KBO리그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위치에 와 있다. 이 팀은 두 달 전 8위였다.
9일 열린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4로 이긴 두산은 1승만 더 하면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현재 두산은 선발진이 짧은 등판 간격과 상대 팀의 공략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더는 상수로 꼽기 어려운 가운데 필승 카드로 불펜을 꼽는다. 김태형 감독은 '승부처에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를 투입해 왔는데 올해는 누구에게 맡기느냐'는 물음에 이영하와 홍건희를 꼽았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헌신으로 각 데일리 최우수 선수(MVP)로 뽑힌 둘을 비롯해 이현승, 김강률이 버티고 있다.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불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날 선발 등판하는 김민규는 지난 2일 열린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4⅔이닝 3실점으로 역투했지만 7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1이닝 투구에 그쳤다. 김 감독은 "민규는 선발로 쭉 뛰어 오지 않았다. 대체 선발인 셈이다"라며 "구위는 좋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민규보다 영하를 상대하게 만드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영하가 무너지면 끝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영하는 지난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하루를 쉬고 이날 등판할 전망이다. 앞서 그는 "이쯤이면 지친 건 다들 마찬가지다. 이제는 정신력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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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