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두산 베어스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김태형 감독의 부임 첫 시즌이던 2015년 우승 이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룬 두산은 올 시즌에도 전력 약화 평가에 맞서 가을야구 초대권을 쟁취했다.
김 감독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 두산에 없다. 김현수, 양의지, 민병헌, 최주환, 오재일, 이용찬 등은 가치를 인정받고 FA로 이적했다. 6년에 걸쳐 이적한 6명의 FA 금액만 보더라도 439억 원으로 상당하다. 이적한 선수들은 모두 각자 팀에서 주축 선수로 뛰었거나 뛰고 있다. 이적 선수들이 핵심 선수로 거듭날수록 두산도 매년 전력 약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올 시즌에는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 유희관과 FA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까지 중심 타자로 활약한 최주환과 오재일이 떠났다. 클린업 트리오에서 3, 5번 타자가 빠진 두산은 기존 선수들과 LG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양석환을 중심 타순에 배치하며 전력을 메웠고, 세대 교체가 필요했던 내야에는 둘의 보상 선수로 영입한 박계범과 강승호를 세우며 변화를 꾀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 이적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봤다.
■ 오재일, 최주환 메우기
양석환의 영입은 성공적이었다. 양석환은 올 시즌 133경기에서 오재일의 1루 자리를 메우면서도 타율 0.273 OPS(출루율+장타율) 0.827, 28홈런 9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우타거포로 거듭났다. 부동의 4번 타자로 타선의 중심을 잡은 김재환이 137경기에서 타율 0.274 OPS 0.883, 27홈런 102타점을 치면서 둘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최주환이 맡던 2루수 자리를 채운 강승호는 올 시즌 전반 2할 초반대의 타율에 머물렀지만 10월에는 타율 0.281(64타수 18안타)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기록 제조기, 투수 2관왕 아리엘 미란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미국과 일본으로 떠난 크리스 플렉센, 라울 알칸타라와 재계약하지 못한 두산은 워커 로켓과 미란다를 대체자로 영입했다. 올 시즌 21경기에서 9승 9패, 평균자책점 2.98로 활약한 로켓은 후반기 들어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며 큰 힘을 보태지 못했지만, 반대로 초반에 기복을 보인 미란다는 KBO리그에 적응하며 MVP 급 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맹활약한 그는 173⅔이닝 동안 225탈삼진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1위에 올랐다. 1984년 고(故) 최동원이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3) 기록도 새로 썼다.
MVP 후보로 평가받는 미란다가 있었지만 마운드 운용이 평탄한 건 아니었다. 애초 외국인 선수들에 이어 국내 선발 에이스인 최원준, 이영하, 유희관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는데 이 가운데 최원준만 살아남았다. 2018년 1차 지명을 받은 곽빈은 오랜 재활 기간을 거쳐 올 시즌 가능성을 보여 줬지만 기복이 있었다. 시즌 막판에는 박종기, 김민규, 최승용, 현도훈이 선발로 기회를 받았지만 상수로 평가받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불펜으로 전환한 이영하를 비롯해 이현승, 이승진, 홍건희, 김강률이 선발 몫까지 일부 상쇄해 줬다.
■ 악재 만나도 포수왕국은 포수왕국
두산은 올 시즌 초반 대형 악재를 맞았다. 지난 5월 박세혁이 투구에 맞고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주전 포수의 부재는 투수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두산으로서도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박세혁의 빈자리를 메운 장승현은 오히려 주전 포수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겸손했던 장승현에게 김 감독은 "누가 네 포지션을 물어 보면 백업이라고 하겠느냐. 뛰는 순간 네가 주전이다. 차지하라"고 말했다. 장승현은 이 말을 듣고 "칼을 품게 됐다"며 박세혁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 이상의 활약을 보여 줬다.
박세혁이 없는 동안 장승현과 최용제로 안방을 꾸리던 두산은 박세혁이 복귀한 이후에는 더욱 안정적인 포수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최용제는 올 시즌 대타 타율 0.371(35타수 13안타)을 기록하면서 공격 옵션으로도 활용 가치를 입증할 뿐 아니라 안방의 두께도 키웠다. 올 시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재활을 거친 박세혁이 타율 0.219로 저조했지만, 승부처에는 최용제가 부족했던 공격력을 상쇄해 줬다. 올 시즌에는 그동안 박세혁에게 집중돼 있던 부담을 장승현과 최용제가 나누며 한층 두꺼운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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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