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7.21 11:50 / 기사수정 2007.07.21 11:50
[엑스포츠뉴스 = 김명석 기자] FC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친선경기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깊게 뿌리내린 맨유에 대한 사랑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TV에서는 맨유 특별방송이 방영됐고, 경기장 역시 관중들로 가득 찼다. 물론 TV에서만 보던 맨유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비단 설령 첼시, 토트넘 팬들일지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회였을 것이다.
맨유는 잉글랜드에서 건너온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은 FC서울 서포터들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맨유팬들이 자리 잡았다. 맨유는 많은 팬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최대한의 선수들을 기용했고, 팬들은 그러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보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FC서울의 홈 경기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FC서울이 ‘들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이곳이 정말 FC서울의 홈 경기장이 맞는지 착각이 들 정도의 분위기였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맨유 서포터스 측에서 걸었던 'Here's Another OLD TRAFFORD'라는 걸개였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어떤 경기장인가. 대한민국의 수도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주로 열리는, 엄연히 한 프로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 아니던가. 이러한 경기장을 외국에서 날아온―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벌기 위해 날아온― 클럽에게 ‘당신들의 또 다른 안방’이라는 내용의 걸개를 선사한 것이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은 엄연히 FC서울 측의 홈 경기장이고, FC서울의 서포터스들이 맞은편에 자리 잡아 서포팅을 펼치고 있었으며, FC서울 선수들이 뛰고 있었다. FC서울 측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내용은 아니었겠지만, 그러한 내용의 걸개는 다분히 선수들과, 그리고 서포터스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박지성의 맨유 입단 여부를 떠나서, 이미 대한민국에는 맨유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맨유는 지난 아시아 투어 때 항상 한국을 제외한 일본과 중국만 거쳐 갔고, 그래서 이번 한국 방문은 그러한 맨유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자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래서 너무도 기쁜 나머지, 맨유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그러한 다소 ‘자극적인’ 걸개를 걸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의 걸개가 비단 FC서울뿐만 아니라 제3자의 축구팬들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만들었다면, 이는 맨유 서포터스 측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한국을 방문한 맨유 선수들에게 ‘잉글랜드 현지 팬들 못지않게 우리도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보여주고 싶었다면, 그러한 걸개를 거는데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고민했어야 했다.
'Here's Another OLD TRAFFORD'라는 걸개를 본 맨유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과연 맨유 서포터들의 바람대로, ‘한국팬들도 우리를 이만큼 사랑해주는구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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