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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시우민·박강현 '하데스타운', 신화의 매혹적인 변주 [오늘 공연 보러 갈래?]

기사입력 2021.09.29 06:00 / 기사수정 2021.09.27 15:20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신가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오늘 공연 보러 갈래?] 코너를 통해 공연 중인 뮤지컬과 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관전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이주의 작품= 뮤지컬 ‘하데스타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을 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세계 최초 라이선스 한국어 공연으로 한국에서 선보이고 있다.

2019년 73회 토니 어워즈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음악상, 편곡상, 남자조연상, 무대 디자인, 조명, 음향상 등 총 8개 부문 수상, 62회 그래미 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 수상작이다.

언제= 2022년 2월 27일까지

누구=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박혜나, 김환희, 김수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등

어디=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러닝타임= 155분

요약=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오기 위해 하데스가 있는 지하 세계로 향한다.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설득된 하데스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와 위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만 조건을 건다. 손을 잡아서도 팔짱을 껴서도 옆에 서는 것도 안 된다는 것. 오르페우스가 앞에서 걷고 에우리디케가 뒤에서 걸어야 한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지하 세계에서 무사히 꺼내올 수 있을까?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도 극의 또 다른 한 축이다.

관전 포인트= 노래로 극을 전개하는 송스루 뮤지컬.

아메리칸 포크와 블루스, 재즈가 섞인 넘버가 독특하고 신선하다. 보통의 뮤지컬과 다른 느낌을 풍기는 넘버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 (라이브 밴드가 무대 위에서 함께한다.)

‘Road to Hell’, ‘Anyway The Mind Blows’, ‘Wedding Song’, ‘All I’ve Ever Known’,  ‘Epic III’, ‘Chant’ 등 각양각색의 넘버가 이어진다 (‘Wait for me’(기다려줘)는 특히 멜로디가 아름답고 무대 연출이 멋진 넘버이니 눈과 귀를 열어둘 것).

무대 자체는 평범하고 규모도 크지 않지만 회전 장치를 효율적으로 잘 사용했다. 지옥으로 내려가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길을 안개와 조명과 함께 신비롭고 실감 나게 표현했다.

유명하고 친숙한 오르페우스 신화에 현대적인 설정을 가미했다. 대중적인 신화이기 때문에 결말이 이미 알려져 있고 내용도 단순하다. 반대로 말하면 이 단순한 신화 하나로 웰메이드 뮤지컬 한편을 완성했다는 점을 치켜세우고 싶다. (미리 신화를 읽고 가는 것을 추천 신화와 다른 점, 재해석한 요소 등을 예습하면 좋다.) 

오르페우스는 노래를 부르면 나무도 따라 부르고 팔을 아래로 길게 뻗어 열매를 내려줄 정도로 뛰어난 음악가지만 가난한 청년이다. 에우리디케는 신화에서는 독사에 물려 죽지만 극에서는 배고픔과 추위를 피해 스스로 지하 광산으로 내려간다.

뒤틀린 세상도 치유할 노래를 불러야 하는 만큼 오르페우스의 넘버 난이도가 높다. 엑소 시우민과 박강현은 순진하고 젊은 몽상가 오르페우스 역할에 잘 맞는 모습이다. 시우민은 뮤지컬 배우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하고 음정이 불안할 때가 있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가성으로 넘버를 소화한다. 매력적인 음색이 특기인 박강현은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안정적인 가창력을 들려준다. 

에우리디케 역의 김환희, 김수하는 뮤지컬을 이끌어갈 차세대 배우로 꼽히는 만큼 이질감 없이 극을 이끈다. 

독불장군 같은 지하광산의 주인 하데스 역할을 맡은 지현준은 풍부한 성량과 묵직한 저음으로 위압감과 카리스마를 표현한다. 

페르세포네는 청순할 것 같은 여신상이 아닌 술에 취한 호탕하고 걸걸한 캐릭터(“가진 건 별로 없어 그래도 즐기며 사는 거야”)로 등장한다. 김선영과 박혜나의 열연이 눈에 띈다.
(실제 부부인 김선영 김우형의 부부 케미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듯.)

작품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헤르메스로 분한 최재림, 강홍석의 개성이 다르다. 최재림은 폭발적인 성량과 발성이 돋보이며 강홍석은 바이브와 소울풀한 분위기가 드러난다.

운명의 여신들, 너무 야속한 것 아닌가요.(세 여신의 하모니는 인정합니다.)

“결말이 어떤지 알면서도 노래를 가장 중요한 건 다시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한줄평= 의심하지도 후회하지도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인생 교훈.

사진= 클립서비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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