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아시안컵 결승전의 영웅 이충성(일본명 리 타다나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이 결승전의 영웅이 한국인에서 일본인으로 귀화한 특이한 케이스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를 주목하는 나라 중, 한국과 이충성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2004년 U-20 대표 후보로 선발됐던 이충성은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는 당시 한국 선수들의 행동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서 방영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충성은 "당시 재일교포를 모멸하는 말을 들었다. 한국 사람이 일본사람보다는 편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내 세계관이 변한 계기가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일본 국가대표로서 이충성의 입지는 매우 약했다. 이번 2011 아시안컵으로 처음 일본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충성은, 조별 예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교체 멤버로 A매치 첫 출전을 이뤘으나 부진했다.
이후 그는 줄곧 벤치만 달구고 있었다. 결승전에서도 연장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충성은 다른 후보 선수들과 함께 주전 선수들에게 물까지 날라다 주었다고 한다.
아시안컵 결승전 뒤 인터뷰에서 이충성은,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 했다.
'일본이 아시아의 정상을 차지한 기분'이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 경기장에 설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답했다. 유일하게 일본을 언급할 때도 그는 "일본 대표 멤버와 함께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겸손함이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일 한국인 출신이라는 것으로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일본 네티즌들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그를 옹호하는 한편, 그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은 일부 네티즌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미 일본은 라모스, 로페스, 산토스 등을 귀화시켜 대표 팀의 전력을 강화한 바 있다.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족한 일본 축구의 현 상황에서 2010년 J리그 12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이충성은 매력적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우수한 외국인은 환영"이라며 이기적인 태도까지도 일본에 도움만 된다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추성훈이라는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가 있다. 추성훈도 한 때 올림픽 유도 한국 대표를 목표로 했지만 좌절했고, 일본 대표로 나서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일본에 선사했다. 일본인에게 추성훈과 이충성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추성훈은 이종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이후 한국 국기를 달고 경기에 임했고, 일본인 앞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행동이 일본인에게 반감을 샀고, 결국 항상 야유를 받게 됐다.
일본 네티즌들은 추성훈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충성에게도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본인으로서 살 것', 즉 국적만 취득한 뒤 일본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이른바 '위장 귀화인'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숨겨진 조건 하나는 실력이다.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본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힘들다. 실제로 일본과 요르단 경기 이후 일본 일부 네티즌은 이충성에게 차별적인 표현을 일삼았지만 이때는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이처럼 어려운 입장에 있는 이충성은 철저한 중립과 함께 개인적인 입장 외에는 언급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한 때 그는 "올림픽이 아니면 귀화하지 않았다" "재일동포를 위해 노력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민감한 발언을 일체 하지 않았다.
이충성은 한일전인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한국·일본 모두 내 조국이다. 일본이라는 국적을 선택해 일본 대표로 선발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팀에 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국적 변경 논란에서 벗어나 홀로 축구 선수의 길을 가고자 하고 있다.
[사진=이충성 ⓒ 이충성 블로그· 일본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백종모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