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이번에도 3위였다. 51년을 기다린 '왕의 귀환'은 없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드 도하 알 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3-4위전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서 3-2로 승리하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전 한국은 사상 최강의 전력을 자부하며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했다. 그러나 한국은 거짓말처럼 또 3위에 머물렀고 조광래 감독은 자연스레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전 감독들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심각한 전력 누수를 딛고 3위에 올랐지만, 끝내 사임한 핌 베어백 감독의 잔상이 유독 진했다.
▲ 2007 아시안컵 축구 대표팀
전력 누수 vs 역대 최강
4년 전 베어백호는 차포 떼고 마와 상만 가진 채 대회에 임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유럽파가 전원 제외된 가운데 베어백 감독은 국내파로 최종 명단을 꾸렸고 어린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며 세대교체에 나섰다.
4년 후 조광래호는 지난 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박지성, 이영표를 비롯해 이청용, 기성용, 차두리, 손흥민 등 유럽파를 대거 기용했고 남아공 월드컵 16강 전력을 부상자 없이 이어받으며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
수비적 4-2-3-1 vs 스페인식 4-2-3-1
베어백 감독은 2007년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 축구에 본격적으로 포백을 입혔다. 그러나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은 포백에 불안함을 표하며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해결책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베어백 감독은 대회 내내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이 아닌 3명을 활용했다. 김상식, 손대호, 김정우를 포백 수비 위에 배치해 수비 라인과 함께 깊숙이 내린 극단적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공격 역시 이동국(조재진)을 최전방에 박아두고 측면 크로스로 일관한 단조로운 전술이었다.
반면, 4년 후 한국은 같은 4-2-3-1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운영을 보였다. 스페인식 4-2-3-1이라 칭한 조광래 감독은 원톱 지동원을 필두로 구자철, 박지성, 이청용이 수시로 스위칭하는 제로톱을 활용해 공격루트에 다양화에 힘썼다.
수비 역시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로 인한 공간은 이용래와 기성용이 수비라인으로 내려가 메우는 등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3득점 3실점 vs 13득점 7실점
극명한 전술 차이답게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단조롭고 수비적인 베어백호는 골은 내주지 않았지만, 넣지도 못했다. 특히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에서 김정우가 골을 기록한 뒤 8강, 4강, 3-4위전까지 3경기에서 단 한 골도 뽑지 못해 416분간 무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4년 후 조광래호는 화려하지만 실속 없는 축구를 보여줬다. 패싱축구가 빛을 발해 득점은 많이 나왔으나 경기당 1골이 넘는 실점률, 특히 6경기서 4개의 페널티킥을 허용한 허술한 수비진은 우승에 실패한 첫 번째 이유였다.
'비난일색' 베어백 vs '호불호' 조광래
베어백호는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비난 일색이었다.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배치해 수비적으로 나선 모습에 팬들은 등을 돌렸다. 결국, 베어백 감독은 3위로 이끌었음에도 대회 후 사임했다.
조광래호 역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지만, 확실한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는 조광래 감독은 경기 내에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그려냈다. 그 결과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FC 바르셀로나와 비슷한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등 패싱축구로 전환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같은 목표, 같은 포메이션, 같은 3위 등 비슷한 부분이 많은 베어백호와 조광래호. 그러나 같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축구를 선보인 차이가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지 관심거리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