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윤승재 기자)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의 데뷔 시즌은 정말 달콤했다. ‘포스트 이승엽’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단숨에 주전 자리를 차지한 그는 데뷔 시즌부터 정규시즌 우승의 영광을 누리는 기쁨을 맛봤다.
그로부터 6년, 구자욱은 성장을 거듭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 ‘통합우승’,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은 맛보지 못했다. 오히려 팀은 6년 동안 한국시리즈는커녕 가을야구조차도 경험하지 못하면서 암흑기에 빠졌다.
구자욱도 포스트시즌만 되면 들러리 신세가 됐다. 지난해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현장을 찾아 직관했다는 그. 그라운드 위가 아닌 관중석의 한 구석에서, 같은 선수임에도 선수들이 멋있어 보였다던 그는 매년 그렇게 씁쓸한 입맛만 다셔야 했다.
하지만 2021년, 구자욱도 삼성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팀은 3위로 승승장구 중이고, 구자욱도 후반기 타율 0.372(20경기 78타수 29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6년 만의 가을야구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 구자욱의 페이스는 흠잡을 데가 없다. 불방망이뿐만 아니라 빠른 발, 수비 센스까지 모두 자랑하며 공수주에서 맹활약 중이다. 허삼영 감독도 “득점이나 타점은 물론, 기동력도 잘 발휘가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라면서 구자욱의 최근 활약을 극찬할 정도.
구자욱은 후반기 맹활약에 대해 “전반기 막판에 타이밍이 안 맞아서 심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올림픽 휴식기로 타격 코치님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운 좋게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활약이 나오는 것 같다. 타격 코치님들께 감사하다”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구자욱은 “투수랑 싸워야 하는데 어느샌가 내 자신이랑 싸우고 있더라. 심리적으로 쫓겼다”라면서 “이런 마음을 바꾸고 어떻게 하면 투수를 이길 수 있을까에만 집중하다보니 타격 자세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라며 맹타의 비결을 전했다.
아울러 구자욱은 후반기에만 8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데뷔 이래 처음으로 20도루 고지에 올랐다. 도루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주루 플레이도 한층 더 과감해지면서 팀에 득점 기회를 여럿 가져다주고 있다.
이에 구자욱은 “전력 분석팀과 강명구 코치님이 투수들의 습관이나 포수들의 볼배합 조언을 많이 해주시면서 과감하게 뛸 수 있게 됐다”라면서 “코치님들 덕분에 도루를 많이 한 거지, 내가 잘 해서 도루를 많이 한 건 아닌 것 같다”라며 겸손해 했다.
이러한 구자욱의 공수주 맹활약 속에 삼성은 6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6년 전 왕조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구자욱도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그는 “사실 작년 포스트시즌에 직관을 했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 매년 구경만 했는데, 나도 좋은 성적을 내서 하루 빨리 큰 경기(포스트시즌)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며 당시를 되돌아봤다.
그 어느 때보다 삼성의 가을야구행 가능성이 높은 현재, 구자욱도 어느 때보다 가을야구가 간절하다. 이에 그는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생각하고 뛰면 많은 승을 챙길 수 있지 않을까. 가을에 야구를 할 수 있게끔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그는 데뷔 이후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던 ‘골든글러브’까지 노리고 있다. 구자욱은 “골든글러브는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이자 목표다. 매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시즌을 치렀지만 아직 한 개도 타지 못했다. 제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끝까지 더 잘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골든글러브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광주 윤승재 기자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