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W, 김정현 기자) 시간 지연에 대한 지적이 반복됐지만, 이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탓하기도 어렵다. 한국이 허둥대는 사이 이라크는 깔끔하게 한국 원정에서 소중한 승점을 챙겼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이라크와의 홈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번 최종예선을 앞두고 벤투 감독은 '침대축구'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는 지난 6월에 열린 레바논과의 2차 예선 최종전 직후에 나왔다. 그는 이 경기에서 선제실점을 한 뒤 레바논이 침대축구를 하며 시간을 지연시키자 물통을 발로 차는 등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기 후에도 그는 "(침대축구에)대응할 수 있는 건 필드 위에선 3명(심판진)뿐이다. 우리가 더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선 심판진들이 다른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최종예선에서 흔하게 나타난다면 이건 아시아 축구 발전에도 좋지 않다. 심판진들이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7월에 진행된 최종예선 조 추첨식에서도, 이번 9월 A매치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1일 열린 경기 전 고익 기자회견에서도 반복됐다. 최종예선에서 중동팀들을 상대하는 벤투 감독의 경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벤투 감독이 보여준 축구는 '침대축구'를 논하기엔 아쉬웠다. 기회가 왔던 순간에 득점하지 못했고 후반엔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더욱 고전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선수들 역시 기회를 만들지도, 정확한 슈팅을 때리지도 못했다. 터치와 패스에서 모두 아쉬움을 보였다.
이라크 선수들은 오히려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역습에서 날카로움을 보이며 한국을 위협했다. 188cm의 장신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과 발 빠른 공격수 바샤르 레산이 역습 상황에서 중심을 지켰고 다른 선수들이 뒤를 받치면서 슈팅까지 만들었다. 물론 김민재와 김영권이 버티는 한국 수비진에 막혔지만, 한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한국은 한 골을 위해 전진했고 이라크는 잘 지켰다. 득점 없이 두 팀은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 선수들은 아쉬워한 반면 이라크 선수들과 벤치는 승점 1점에 환호했다.
주장 손흥민이 이례적으로 경기 직후 "저희가 잘 못 해서 골을 못 넣었지만, 시간을 지연하는 건 축구에 발전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후반 막판에 보여준 이라크의 시간 지연은 어느 경기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일상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드러눕지도, 들것에 실려 나갔다가 정상적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이라크가 드러누운 건 딱 두 번, 그것도 알리 아드난과 모하메드 카심이 각각 부상으로 들것과 부축을 받으며 나간 상황이었다. 두 선수 모두 다른 선수와 교체됐다.
정말 억울한 침대축구에 대해서 지적과 불만을 드러낼 순 있다. 하지만 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감독이 손흥민의 발언에 대해 단호하게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말할 정도로 침대축구는 보이지 않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침대축구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지키며 원정에서 승점을 챙기는 축구를 했지만, 한국은 승점 3점을 노리고도 승점 1점에 그치고 말았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고아라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