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윤승재 기자) 해외 출신 선수 및 중퇴자를 대상으로 하는 KBO 트라이아웃에는 매년 다양한 사연의 선수들이 나와 프로 스카우터들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대개 이학주(삼성), 이대은(KT), 손호영(LG) 등 해외파 선수들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지만, 한선태(LG)나 김동진(삼성) 등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거나 독립리그에서 프로의 꿈을 키워온 선수들도 깜짝 등장해 프로 스카우터들의 눈도장을 찍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도 다양한 사연의 선수들이 모였다. 해외파는 단 한 명, 미국 시카고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며 활약했던 권광민(24‧스코어본)에게 이목이 쏠린 가운데, 청각 장애를 딛고 글러브를 잡은 외야수 김동연(21‧시흥울브스)과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트라이아웃에 나선 ‘17세 최연소’ 내야수 김서진 등도 프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김동연은 다른 사람보다 청력이 약하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꿔왔던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던 그는 중학교 때 야구부가 있는 청각장애 특수학교 충주 성심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청각장애인 야구단 호크아이에서 활동한 김동연은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구단 고치 파이팅독스에서 활약, 약한 청력에도 꾸준히 공을 던지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다. 성심학교 재학 당시 생활보호대상자에게만 입사가 가능했던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서 충주를 매일 등하교를 했다고. 이런 악조건 속에 결국 3개월 만에 성심학교를 나왔고, 다시 혼자서 훈련을 해야 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글러브를 놓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대구에 있는 호크아이 구단을 알게 되면서 길이 생겼고, 다시 글러브를 잡은 김동연은 실력을 키운 뒤 일본 고치와 시흥 울브스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김동연의 롤모델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호세 알투베다. 167cm의 작은 신장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것을 보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다고. 국내에서는 롯데의 손아섭을 롤모델로 꼽기도 했다. 김동연은 “이번에 안 되더라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발전한 다음에 다시 도전하고자 한다”라면서 “단점이 있더라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함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내야수 김서진 역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4년 2월생 만 17세의 나이에 벌써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초중고를 나오는 대신 홈스쿨링으로 자라온 그는 엘리트 코스가 아닌 리틀야구와 야구 아카데미에서 야구 실력을 키워오며 프로의 꿈까지 꾸게 됐다. 원래 바이올린과 야구를 병행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나간 김용달배 파워홈런더비 대회에서 3위를 한 것이 부모님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고 아카데미 훈련에만 의지하면서 야외보단 실내가, 팀 플레이보단 개인 훈련에 더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지난해 독립야구단 빠따형 야구단에 입단했으나 나이 때문에 시합은 나서지 못하고 훈련만 할 수 있었다. 그는 “야구는 팀플레이지만, 개인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잘 보이려고 했다”라며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내 “역시 야구는 밖에서 하는 게 제 맛이다. 사람들 있는 데서 야구를 하게 돼 재밌었다”라며 이날 트라이아웃을 돌아보기도 했다.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며 2루와 3루도 가능하다는 강한 어깨가 자신 있다고 어필했다. 타격코치 없이 유튜브나 이론책을 보고 공부했던 타격도 성장 가능성이 있기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서진도 이번 트라이아웃이 끝이 아니다. 생애 한 번 뿐인 트라이아웃은 끝이 났지만, 독립야구단에 입단해 실력을 쌓으면서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김서진은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다”라고 다짐하면서 프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수원 박지영 기자, 윤승재 기자(김동연, 김동연 아버지, 김서진)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