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고액에 FA 계약을 맺었더라도 당장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하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다. 두산 베어스의 경쟁 체제는 그만큼 냉정하다.
두산 내야의 핵심인 허경민은 지난해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새끼손가락 미세골절상을 입었다. 그런데 허경민이 빠진 내야에는 이유찬, 권민석 등이 1군 무대에서도 통하는 기량을 보이며 공백을 메웠다. 김태형 감독은 주축 선수의 이탈에도 "비주전 선수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했었다.
올 시즌에는 김인태가 대표적인 화수분 사례로 꼽힌다. 김인태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구단과 6년 총액 56억 원에 FA 계약을 맺은 정수빈이 슬럼프에 빠지며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동안 외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올 시즌 정수빈은 51경기에서 타율 0.197(117타수 23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73, 1홈런 16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외야 수비 능력만큼은 꾸준히 인정받고 있지만 타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선발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날이 늘었다.
하지만 이때 시즌 초부터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4월 타율 0.357(42타수 15안타)를 기록한 김인태에게는 예년보다 많은 출장 기회가 주어졌다. 정수빈과 번갈아 선발 명단에 포함되던 김인태는 지난 6월 말부터는 꾸준히 선발 출장해 오며 타선의 한 축을 담당했다.
코너 외야수인 김인태와는 다르게 정수빈의 주 포지션은 중견수이지만 중견수와 우익수가 가능한 박건우의 유동적인 기용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선택이 가능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수빈의 타격 사이클이 다시 오른다면 다른 방식의 기용도 가능할 거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정수빈의 기용과 관련해 "지금은 인태가 잘하고 있다. 굳이 인태를 빼고 수빈이를 넣을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인태가 선발로 나가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 지금 팀에는 공격적인 요소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라면서도 "지금 수빈이는 대주자나 대수비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타격감이 올라온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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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