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카타르, 유태양] 카타르 스포츠 클럽 스태디움(Sports club stadium)에서 한국과 이란의 경기를 보기 위해 현지인 친구와 집을 나섰다.
카타르 아시안 컵 표는 경기장에서 살 수 없다. 근처 씨티 센터(City center)에서 표를 판매한다. 표 값은 일반석 기준으로 1매에 40QR, 우리 돈으로 15,000원이 조금 못 되는 가격이다.
▲ 근처의 City Center라는 곳에 차려진 티켓 부스
▲ 표값은 다음과 같았다.
한 시간 반쯤 일찍 도착했다. 입구에는 이란인들이 모여 목청껏 '이란! 이란!'을 외쳤다. 잡상인들도 간혹 보였는데 대체로 이란 국기와 군것질 거리를 팔았다. 우리와는 달리 초콜릿을, 쿠키 등을 군것질 거리로 팔았다.
경기장 입구에서 한국인 젊은이 한 무리와, 이란 젊은이 한 무리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우선 한 무리의 훤칠한 이란 젊은이들(Yousef, Mahsa, Ahmad, Anwod)에게 양해를 구하고 질문을 했다.
▲ 인터뷰에 응해준 유세프, 마사, 안와, 아흐마드
- 어느 팀이 이긴다고 생각하나?
마사(Mahsa) : 잘 모르겠지만, 이란이 이긴다.
아흐마드(Ahmad) : 우리가 이긴다. 무조건 이긴다(For sure!).
- 왜 이란이 이긴다고 생각하나?
안와(Anwod) : 이란팀은 강하다. 한국팀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는다.
- 이란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유세프(Yousef) : 마수드 쇼자에이다. 그의 폭발적인 스피드는 한국팀을 휘저어 놓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사 : 그리고 카림도. 카림은 정말 귀엽다!
안와 : 맞아!
- 네쿠남 선수는 어떤가?
마사 : 글쎄…그냥 네쿠남은 주장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 한국에서 누가 가장 위협적인 선수라 생각하는가?
안와, 아흐마드 : 글쎄…생각해본 적 없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마사 : 박지성…이던가?
유세프 : 맞아 박지성.
- 박지성은 어떨 것 같은가?
안와 : 뭔가 할 거 같다(Maybe do something.). 그렇지만, 그게 다다.
- 스코어는 얼마로 예상하는가?
일동 : 3-2! 한국도 좋은 팀이지만 우리는 더 강하다! 이란 파이팅!
이어 옆으로 움직여 한 무리의 한국 젊은이들(이진희, 장혜경, 이장현, 최수진)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 이장현, 이진희, 최수진, 장혜경씨. 이장현씨는 정확하게 경기 결과를 맞히어 기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 누가 이길 거라 생각하나?
일동 : 당연히 한국이다!
-한국에서 어떤 선수가 가장 활약할 거 같다?
이진희, 이장현 : 박지성이다.
장혜경, 최수진 : 이청용이 뭔가를 해낼 거다.
- 이란에서 가장 누가 위협적일 것 같은가?
이진희 : 네쿠남..이던가?
장혜경, 이장현 : 맞아, 네쿠남이 가장 무섭다.
- 스코어를 예상해 달라
이진희 : 3-2
최수진, 이진희 : 2-1
이장현 : 1-0이다. 확실하다.
이후 이어진 몇 건의 인터뷰에서 에이스 네쿠남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지 않고 하지 사피, 노스라티 등이 언급되었다. 이란인들은 자신들이 우세할 거라고 하지만, 승부를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면, 한국인 들간의 인기조사에서는 박지성이 압도적이어서 여전한 '지성 박'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차두리와 기성용, 이청용도 자주 언급되었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금속 탐지기를 지나 촉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남녀의 검사게이트가 분리되어 있었고, 몇몇 여성들은 부르카(얼굴을 전부 덮는 여성용 복면)나 차도르(얼굴만을 빼고 온몸을 가리는 검은색의 이란 복식)를 쓰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부르카를 쓴 여성들을 위해 안전요원들이 통로를 터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 지나가게 했다.
경기 전 포메이션은 한국은 4-3-3이었다. 지동원을 원톱으로 양쪽에 박지성과 이청용이 윙을 맡고, 중앙에 구자철, 기성용, 이용래가 섰다. 수비진은 이영표 - 이정수 - 황재원 - 차두리 로 구성되었다. 주전 골키퍼는 정성룡.
이란 또한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는데 원탑 안스리파드에 양쪽 날개에는 라자에이와 카라트바리가 섰다. 누리, 테무리안, 네쿠남이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고 하지 사피 - 호세이니 - 아길리 - 노스라티가 수비를 맡았다. 주전 골키퍼는 라마티.
객관적 전력으로 중원은 비슷하거나 살짝 한국의 우위로 볼 수 있었고, 양 날개는 한국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였다.
전반은 다소 루즈한 공방전으로 흘러갔다. 한국은 돌파 후 크로스보다는 조광래 감독 스타일의 짧고 정교한 패싱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잘 짜인 이란의 최종 수비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반면 이란은 전반 내내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 시작하자마자 이영표가 재치있게 돌파하여 박지성에게 크로스를 올려주었지만 호흡이 맞지 않았다.
전반 14분에는 이청용의 구자철이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좋은 슈팅을 때렸지만 수비의 선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전반 29분에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는데, 이란의 카라트바리의 프리킥이 골대로 빨려들어가는 듯했지만 정성룡 선수가 잘 막아내었다. 전반의 수훈감은 이용래와 차두리였다. 이용래는 네쿠남을 넓은 활동량으로 지워버렸다. 차두리는 우월한 피지컬을 이용하여 이란의 왼쪽 날개 꺾어버렸다.
후반이 시작되고 양팀 모두 전략을 바꿨다. 한국은 숏패스의 빈도를 낮추고 특유의 돌파 후 크로스를 늘렸다. 반면 이란은 중원 장악에서 밀리자 우측면 공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후반전으로 가면서 양 팀 모두 점점 공격을 적극적으로 퍼부었다.
8분에는 기성용의 프리킥 슈팅이 있었지만, 이란 골키퍼가 잘 잡아내었다. 26분에는 하지 사피가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후반 36분에는 구자철 대신 윤빛가람이 투입되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7번 쇼자에이의 활발한 공격이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전 란 젊은이들 말대로였다. 양쪽 모두 서너 차례의 위기를 맞고도 득점이 없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연장전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른쪽을 중심으로 이란의 공격이 살아났지만, 한국도 적극적으로 양 날개를 이용하여 공격을 시도하였다.
이란은 한국의 공격 때에는 툭하면 드러눕는 침대축구를 보여주다가, 이란에게 볼이 넘어오면 '서지도 못하던 선수가 벌떡 일어나 슈팅을 한다는'기적을 보여주었다. 연장 전반 직전 교체투입된 윤빛가람이 강렬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내었다.
이후 연장 후반에는 이란은 거칠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한국 수비진은 잘 막아내었다. 이란 선수들이 한국 선수를 몇 차례나 신경질적으로 밀쳐내어 주의를 받았지만, 한국팀은 휘말리지 않고 슬기롭게 연장 후반을 잘 마무리 하며 승리를 지켰다.
연장 후반에 양 팀 사이에 승강이가 오갔기에 경기장을 나오며 관객 간 충돌이 우려되었다. 그러나 이란인들은 한국 관중에게 'Congratulation!'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필자는 호랑이 옷을 입고 경기를 관전하였는데, 몇몇 이란 어린이들이 낄낄거리면서 꼬리를 잡아당기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란 관중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경기는 졌지만 이란 관중의 매너는 훌륭했다. 축구로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준 경기였다.
▲ 한국 축구의 매력에 빠진 카타르 대학의 두 젊은이. 마흐무드(좌)와 무함마드 술레이히(우)또한 기자의 옆자리에서 열정적으로 경기를 응원했다.
유태양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