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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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아이돌 시대는 정말 왔을까?③ 탈 내수의 시대 [엔터XENTER]

기사입력 2021.08.15 16:50 / 기사수정 2021.08.15 15:22



(4세대 아이돌 시대는 정말 왔을까?②에 이어)
(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현대 아이돌을 둘러싼 여러 사건, 사고, 현상들을 관통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바로 ‘수출’이다.

위버스-버블 등 아이돌 팬덤 산업의 성장, 한터차트 초동 기록으로 대표되는 K-POP앨범 판매량 인플레이션, 카카오-네이버 등 주요 IT 기업들의 K-POP 시장 투자 등등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수출이다.

1~3세대 아이돌 시대를 거치면서 K-POP 아이돌은 우리나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수출 상품이 되었다.

관세청이 발표한 음반 수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 기준 음반 수출액은 약 13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 급증했다. 수출 대상 국가도 114곳으로 늘었고, 대미 수출액은 117%로 많이 증가했다.

물론 이러한 음반 수출액에는 방탄소년단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존재하긴 했지만, 소위 천상계에 위치한 몇몇 아이돌들 빼놓고 보더라도, 절대적인 평균 음반 판매량이 상승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가온 연간 앨 범차트가 그 강력한 증거인데, 2020년 연간 차트를 보면 10만 장 넘게 판 앨범이 45위에서 81위까지 순위를 형성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1년 가온 연간 앨범 차트 기준으로 10만 장대 판매량이면 연간 5~12위권 기록인데, 약 10년 사이에 이렇게 시장이 성장한 것이다.



앨범 판매량 기록을 살펴보면 4세대라 불리는 보이그룹들의 올해 상반기 앨범 판매량이 상당히 만만치 않다. TXT ‘혼돈의 장 _ FREEZE’가 약 78만 장, 엔하이픈의 ‘BORDER _ CARNIVAL’가 약 63만 장, 에이티즈 ‘ZERO _ FEVER Part.2’가 약 50만 장, 트레저 ‘THE FIRST STEP _ TREASURE EFFECT’가 약 30만 장을 기록했다.

2세대 시절 기준으로는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아이돌에게나 허락됐던 수치이고, 그 SM의 대표 아이돌들도 쉽사리 낼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치인데, 이 영역에 진입하는 팀이 적지 않아진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K-POP 팬덤 문화의 성장, K-POP을 소비하는 지역의 확장, 소비하는 인원수의 증가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권 시장 개척에 성공한 1~2세대, 非아시아권 시장 개척에 성공한 3세대.

앞선 세대에 개척한 미지의 영역들은 이제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게 됐다. 그리고 과거에 ‘모험’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계획’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계획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회사는 SM, JYP, YG, 하이브 포함 극소수의 회사뿐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이 극소수 회사 입장에서도 해외 진출이 모험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K-POP은 완전히 다른 세상 위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K-POP이 예전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넓은 월드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며 다행인 일이다. 수출 상품으로서 지위를 얻지 못했다면 지금 같은 위상을 얻지도, 지금과 같은 투자를 받지도 못했을 것이며, 지금과 같은 매출도 당연히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 아이돌은 물론, 중소기업 아이돌에게도 나름 새로운 기회가 열린 점이 긍정적인 요소.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더라도 적지 않은 매출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모든 가수가 한국에서 음원차트를 지배하는 유명 가수가 될 수는 없고, 대부분은 무명(혹은 무명에 가깝게)으로 살아간다. 소위 그런 유명 가수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수로서 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마땅히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수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면 사실 ‘수출의 시대’라고 제목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독자분도 있을 텐데, 긍정적인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탈 내수의 시대’라는 제목을 지었다.

4세대라 불리는 현 신인들은 엄청난 수준의 내수 충격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큰 세대다. 이 예측의 가장 큰 근거는 물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연애율, 결혼율, 출산율, 그리고 인구 감소.

그리고 이 충격을 가장 먼저 맞을 곳은 아이돌 행사의 꽃인 대학 행사가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대학가 주요 이슈 중 하나가 충격적일 정도로 낮은 신입생 숫자,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의 속출이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당연히 대학 행사라는 일거리를 받아야 하는 아티스트들의 타격으로도 이어진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내년 1월 1일에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 하더라도 대학 행사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행사를 해야 할 이유, 행사를 즐겨줄 인원이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덩치를 줄이는 만큼, 그리고 통폐합이 되는 만큼 행사라는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고, 무명 아이돌들이 이 일을 얻을 확률은 그만큼 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이 이슈에 가장 직접적으로, 가장 빠르게 타격받는 피해자는 현금 수급 수단이 행사 말고는 없는 무명 걸그룹, 걸댄스팀들이 될 것이다.



무명 걸그룹, 걸댄스팀들의 중요한 일자리 중 하나인 지역행사는 어떨까. 이 지역행사는 지역 소멸이라는 이슈와 마주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히 문제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인) ‘지역이 사라질 위기’ 상태 자체도 문제다. 지역소멸 위기라는 것은 이미 인구 감소가 위험수위 상태라는 이야기고, 그 이야기는 행사를 할만한 여력이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라는 이야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3세대 걸그룹 시대 때까진 마마무, 여자친구 등의 걸그룹들이 한 달에 20개 이상 행사를 쓸어 담는 행사의 왕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4세대로 분류되는 걸그룹들이 이 호칭을 넘겨받긴 매우 어렵지 않을까 전망된다.

행사 외 다른 분야를 봐도 내수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아이돌들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기 힘든 것이 현대의 아이돌 시장. 내수 분야도 대체로는 해외에서 인기 많다는 아이돌들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내수 시장 파이를 먹는 것도 힘들다.

한편, 내수시장이 줄어든다는 사실, 내수의 비중과 수출의 비중이 불균형해진다는 점은 또 다른 부작용을 예고한다. 그것은 수출로 먹고사는 기획사들(주로 대형 기획사)이 국내에서 일어나는 비판, 피드백 요구에 더욱 심드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 상반기 학폭 이슈 돌풍 때 여러 기획사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러한 예상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대형 기획사인 JYP의 스트레이키즈 현진 학폭 이슈 대처. 현진의 경우엔 학폭 이슈가 ‘논란’이 아니라 ‘확정’인 아이돌인데, 길지 않은 자숙 이후 활동 재개를 했다.

(인성을 강조하던 회사인) JYP의 이러한 행보는 꽤 선언적 의미를 지니는데, ‘팬덤(특히 해외)에 손상이 가지 않는 이슈라면’ 현저한 네거티뷰 이슈를 안고 있는 아이돌이라도 안고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어차피 돈은 해외에서 버니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만, “해외 팬덤이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적인 문제에 둔감하다”라는 사실은 아이돌씬에서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해외 매출의 비중이 크다는 점과 해외 팬덤이 도덕적 이슈에 둔감하다는 두 사실이 결합되었을 때, 기획사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꽤나 분명해진다.

이 분명한 행동을 좋게 받아들일 한국 대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인데, 대형 기획사들이 그 사실을 알아도 무시할 근거가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상태라 할 수 있다.

크게 보면 항미원조를 포함한 중국 아이돌 논란, NCT 할리우드를 포함한 해외 현지 K-POP 아이돌 런칭 등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4세대 아이돌 시대는 국내에선 무명에 가까운 아이돌도 충분히 넓어진 K-POP 월드, 지금까지 축적된 팬덤 형성 노하우 덕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매출을 낼 수 있는 시대.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내수형 아이돌 소멸의 시대, 한국이 K-POP의 본진임에도 역사상 국내 대중과 팬들의 의사가 가장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4세대 아이돌 시대는 정말 왔을까?④에서 계속)
 

사진 = 연합뉴스-가온차트-픽사베이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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