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현세 기자) "홀가분했죠. 그런데 어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나더라고요."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33)이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7차전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자신의 개인 통산 공식 2,000번째 안타에 이어 결승타까지 때려내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손아섭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달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4타수 3안타를 친 손아섭은 이날 사실상 자신의 2,000번째 안타를 기록한 상태였음에도 지난 6월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친 안타 1개는 우천 영향에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선언됨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집계되지 않아 다소 찜찜한 상태로 올림픽 휴식기를 보내야 했다.
개인 통산 공식 1,999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손아섭은 후반기 첫 3경기에서도 12타석 동안 안타를 치지 못했다. 심리적인 부담이 타석에서도 나온 것 같다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날에는 달랐다. 1회 초부터 기습 번트 안타와 빠른 발로 기지를 발휘하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기가 끝나고 손아섭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KBO리그 레전드 선배님들과 함께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영광스럽다. 영광스럽다는 표현이 제일 맞는 것 같다"며 "최근에 4경기 동안 13타수 무안타였다. 나름대로 상대가 생각 못 할 거라고 생각해 번트를 댔는데, 결과적으로 잘 이뤄져 안타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1루 베이스를 밟았는데 홀가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 생각이 제일 먼저 났다. 짧은 순간에 '열심히 달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홀가분했다"며 "어머니께서 나를 야구 시켜 주신 분이다. 내가 하려고 해서 시작한 야구는 아니었다. 운동에 소질이 있어 보여서 야구를 권유해 주셔서 시작했다. 이렇게 성장하는 데 있어 어머니와 친형이 나로 인해 너무 많은 희생을 했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2,000안타가 끝은 아니지만 대기록을 세우는 순간에는 어머니와 친형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주무시지 않으면 영상통화도 하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손아섭은 14일 기준으로 1,636경기, 만 33세 4개월 27일 만에 2,000안타를 달성했는데, 이는 종전 이병규 LG 코치의 1,653경기와 장성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만 34세 11개월보다 빠른 역대 최연소, 최소 경기 기록이다.
이제 다음 단계에 들어선 손아섭은 "리셋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선수 생활을 할 날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대한민국 역사 맨위에 내 이름을 남기는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긴 여정을 다시 시작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손아섭의 정확한 2000안타 달성 시기는 10월 7일에 정해진다. 이날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열리는 서스펜디드 게임에 따라 달성 시점이 바뀌는데, 실제 달성 시점인 지난 7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어느 타석이었는지만 정하면 된다. 손아섭은 자신의 달성 시점을 자신의 1,631번째 경기이자 만 33세 3개월 22일에 뛴 경기로 앞당길 예정이다.
KBO 역대 2,000안타 달성 당시 경기 수·연령
①양준혁(1,803경기, 38세 14일)
②전준호(2,052경기, 39세 6개월 27일)
③장성호(1,915경기, 34세 11개월)
④이병규(1,653경기, 39세 6개월 11일)
⑤홍성흔(1,895경기, 38세 3개월 17일 *우타자 최초)
⑥박용택(1,760경기, 37세 3개월 21일)
⑦정성훈(1,995경기, 36세 2개월 1일)
⑧이승엽(1,748경기, 40세 20일 *최고령/최소 시즌(14))
⑨박한이(1,893경기, 37세 7개월 11일)
⑩이진영(2,000경기, 37세 1일)
⑪김태균(1,790경기, 36세 1개월 9일)
⑫최형우(1,772경기, 37세 4개월 4일)
⑬손아섭(1,636경기, 33세 4개월 27일 *최연소/최소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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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