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윤승재 기자) “프로는 괜히 프로가 아니라고, 일상생활도 프로처럼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확 와닿더라고요.”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이의리가 대회에서 있었던 묵직한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나선다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다양한 해외팀과 경기를 치르며 자신의 야구 시야를 넓힐 수도 있지만, 국내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그들의 장점을 체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만 19세의 이의리(KIA) 같이 어린 선수들에게는 국제대회가 더더욱 소중한 기회일 터. 실제로 이의리는 이번 대회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선배 투수들과 한국 최고의 포수 양의지(34‧NC), 강민호(35‧삼성)와 호흡을 맞추는 기회를 얻었다.
선배들은 이의리에게 “하던 대로만 잘 유지해”라며 기술적인 조언은 하지 않았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위주로 한 투구 패턴 역시 소속팀 KIA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이 자체가 이의리에겐 큰 자신감이 됐다. 자신의 주무기가 국제대회에서도 통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의리 역시 부담을 덜고 기분 좋게 공을 뿌릴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까지 얻어냈다.
하지만 프로로서의 마인드를 강조하는 정신적인 조언은 있었다. 이의리는 고영표(29‧KT)와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서 “(고)영표 형이 프로 선수에게 괜히 프로라는 말이 붙은 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프로페셔널한 것이 진정한 프로다. 생활 관리도 프로처럼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라며 인상 깊은 말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KBO리그를 둘러싼 선수들의 일탈 논란을 생각한다면 무게감이 확 와닿는 말이었다. 올올림픽 전후로 한국야구는 술판 논란과 방역 수칙 위반, 승부조작 혐의, 음주운전 의혹 등 수많은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모두 개인의 일탈 행위로 불거진 논란임을 감안한다면, ‘일상 속 프로의 책임감’을 강조한 고영표의 조언은 무게감이 남달랐다.
고영표 뿐만 아니라, 대표팀 주장 김현수(33‧LG)도 수차례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강조한 바 있다. 김현수는 “백번을 얘기해도 각자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다. 프로 선수들이기 때문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선수들의 책임감을 강조한 바 있고, 투수조 최고참 오승환(39‧삼성) 역시 투수들에게 최근 논란과 방역 수칙 준수에 대해 수차례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책임감을 강조하는 선배들과 함께 대회를 보냈다. 막내 이의리에게도 좋은 영향이 안 미칠 수가 없다. 이의리 역시 고영표의 조언에 “굉장히 와닿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의리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각심을 더 가지게 됐을 터. 막내 이의리에게 이번 올림픽은 경쟁력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좋은 밑거름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광주,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