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3년 전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김경문 감독이 도쿄 올림픽 엔트리를 발표했을 때도 “오지환과 박해민을 뽑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뽑았나”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두 선수는 여전히 3년전 논란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니 해당 논란은 싹 사라졌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오지환과 박해민이 올림픽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 오지환은 두 번의 이스라엘전에서 2점포를 연달아 쏘아 올리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고, 박해민은 4경기 모두 팀의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해 타율 0.429, 출루율 0.579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3년 전 논란의 마음고생을 맹활약으로 훌훌 털어내고 있다.
두 선수는 3년 전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승선했지만, 병역 면제를 노리고 입대를 미루다 대회에 출전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선수를 뽑는 것에 고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오지환-박해민 이슈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뒤 김경문 감독은 이들을 올림픽 엔트리에 승선시켰다. 이유는 ‘수비’였다. 김경문 감독은 오지환에 대해 “타율은 낮지만 (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다”라며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박해민 역시 외야 수비력에 중점을 둔다면 이상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니 이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탄탄한 수비는 당연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에서도 맹활약을 펼쳐줬다. 박해민이 정확한 컨택과 빠른 발로 타선의 물꼬를 틀어주고, 오지환은 답답했던 경기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을 때려내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초반 타선이 침체된 가운데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맹활약 속에 대표팀도 승승장구했다. 두 번의 이스라엘전 모두 오지환의 홈런이 결정적이었고, 박해민 역시 도미니카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안타와 이스라엘전 5출루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서 '왜 뽑았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선수들이 이제는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그들의 표정에서도 조금씩 후련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논란 속에서도 태연한 모습을 보였던 그들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올림픽 대표팀 발탁 당시 박해민은 “아시안게임 때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엔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라고 말했고,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지환 역시 “국가대표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그 정도로 두 선수 모두 마음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두 선수의 맹활약 속에 3년을 지독히도 우려먹던 논란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마음 속 응어리를 조금씩 풀어내고 있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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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