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신가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오늘 공연 보러 갈래?] 코너를 통해 개막 예정이거나 공연 중인 뮤지컬과 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관전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이주의 작품=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황후 마리 테레자의 딸이자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를 소재로 한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 '모차르트!'를 만든 실베스터 르베이·미하엘 쿤체 콤비가 탄생시킨 작품이다. 2006년 일본에서 제작해 초연했고 2009년 유럽에서 공연했다. EMK뮤지컬컴퍼니 국내 정서에 맞게 스토리와 음악 등을 대대적으로 각색, 수정한 뒤 2014년 첫선을 보였다.
언제= 2021년 10월 3일까지
누구= 김소현, 김소향, 김연지, 유지, 민우혁, 이석훈(SG워너비), 이창섭(비투비), 도영(NCT), 민영기, 김준현, 이한밀, 박혜미, 윤선용, 문성혁, 한지연, 주아, 주홍균
어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러닝타임= 165분
요약= 프랑스의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린다.
격동의 시대인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황실의 화려한 삶으로 대변되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가난과 궁핍 속에서 고통받는 하류 계급의 여인 마그리드 아르노를 대조적으로 조명한다.
관전 포인트= 사치와 향락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김소향 분)지만 작품에서는 그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료에 따르면 실제 역사 속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전의 여왕과 비교해 사치가 심한 편이 아니었으며 선량하고 동정심 많은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궁정 밖 세상 물정은 모르고 자기가 만든 동화 같은 아름다운 농장(예쁜 트리아농 무대에 절로 눈이 간다)에 푹 빠진 철없는 왕비인 건 맞다. 그러나 오를레앙 공작(민영기), 자크 에베르(윤선용) 등의 거짓 비방과 음모, 계략에 빠져 억울하게 사형당하는 안타까운 한 여자로 비춘다.
몰입을 높이는 김소향의 열연. 마리 앙투아네트의 악의 없는 천진함부터 로맨스, ‘엄마’의 모습까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아들의 친권을 박탈당하고 울부짖는 장면에서 특히 절정의 감정 연기를 선보여 눈물샘을 자극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는 망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나 왜곡된 루머로 전해진다. (뮤지컬에서도 “빵이 없어? 그럼 케이크를 먹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다만 마리 앙투아네트가 말하진 않는다)
백성의 비참한 삶을 대표하는 마그리드 아르노(마리 앙투아네트와 이니셜이 M.A로 같다)는 허구의 인물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가 번갈아 나오는 전개가 단조로운 감이 있다. 마그리드 역의 베스티 출신 유지는 안정적인 연기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악셀 폰 페르젠 백작(이석훈)의 사랑 이야기도 또 다른 줄거리다. SG워너비 이석훈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매력적인 스웨덴 귀족 역을 부드럽고 감미롭게 소화한다. 젠틀하면서도 마리에게 충고도 할 줄 아는 남자다.
‘목걸이 사건’, ‘바렌 도주 사건’, ‘단두대 처형’ 등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엿볼 수 있다. (목을 보다 인간적으로 베어준다는 새 발명품이 등장하는데,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 모두 이 단두대에 의해 형장의 이슬이 된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설정인 출생의 비밀이 ‘마리 앙투아네트’에도 등장한다. 마그리드가 마리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집어넣은 듯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작품의 주제 의식인 ‘진실과 정의의 참된 의미’,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지는 의문. 마그리드 일행은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시기와 권력에 대한 야욕으로 거짓된 비방을 일삼는 것처럼 묘사된다.
왕보다는 평범한 남자로 살고 싶어한 루이 16세(이한밀), 프랑스의 왕이 되려는 야심을 불태우는 오를레앙 공작 등 여러 인물의 면면이 소홀하지 않게 그려진다. 로즈 베르뎅(주아), 레오나르(문성혁)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로코코 양식을 반영한 화려한 궁중 의상과 무대에 눈을 뗄 수 없다.
'그녈 봐', '내가 숨 쉴 곳', '난 최고니까',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 '최고의 여자', '세상을 지배하는 법', '더는 참지 않아', '운명의 수레바퀴' 등 장면의 분위기를 살린 각양각색 넘버들.
한줄평= 마리 앙투아네트,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가련한 여인이었다.
사진= 마리 앙투아네트 EMK뮤지컬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