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수비진 전체가 모두 아쉬웠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박지수(김천 상무) 역시 비판을 피할 순 없다. 그러나 그를 탓하기 미안한 수준이다. 나름대로 목표의식을 갖고 왔을 박지수의 꿈같은 2주는 이렇게 끝이 났다.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31일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전에 3-6 대패를 당했다. 수비 집중력이 무너진 대표팀은 전, 후반 각각 3골씩 허용하며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날 경기 수비진에 박지수와 정태욱(대구FC)은 지난 조별리그 두 경기에 이어 선발 출장해 호흡을 맞췄다. 지난 조별리그 두 경기 무실점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던 수비진은 이날 차원이 달랐던 날카롭고 빠른 멕시코 공격진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다른 실점들은 풀백과 미드필드 진의 도움이 없어 중앙 수비진만의 실수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결정적인 실점이었던 네 번째 실점 장면은 중앙 수비진의 실책이 컸다. 후반 9분 프리킥을 수비하는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 헨리 마르틴을 두 선수가 모두 놓치며 아쉬운 실점을 허용했다. 마침 두 선수 사이로 마르틴이 침투를 시도했고 그를 저지하지 못해 이후 대표팀이 무너지는 빌미를 제공했다.
조별리그에서 안정감을 보였던 수비진은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박지수도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입대 후 국군체육부대 배치 1주 만에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짧은 시간 안에 팀에 적응해야 했고 경기를 치러왔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의 조직력은 강호엔 너무나도 뚫기 쉬웠다.
박지수를 탓하기도 어렵다. 그가 와일드카드가 확정된 상황에서 입대를 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와일드카드는 김민재(베이징 궈안)였다. 지난 6월 30일 최종명단 발표 당시 김민재를 차출하면서 김학범 감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어디와 협상을 해야 할 지도 미지수"라면서 "일말의 가능성을 보고 그를 뽑았다"고 말했다.
기존에 연령별 대표팀의 수비진은 김민재와 호흡을 맞추며 조직력 훈련을 진행했다. 김민재가 훈련에 합류하면서 그대로 올림픽까지 가는 듯 보였지만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 명단에서 제외가 되더니 결국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프랑스전을 앞두고 김민재는 베이징의 차출 거부로 소집 해제됐다. 일말의 가능성이 대회 시작 1주를 남기고 사라진 셈이다.
박지수는 어색해진 짧은 머리, 어색한 후배들과 함께 도쿄에 입성했고 메달이라는 같은 목표, 그리고 남다른 군인정신으로 대회에 임했지만 아쉬움을 삼키고 다시 내무반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다. 김민재를 출국 전날까지 고집했던 김학범 감독이 원망과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엑스포츠뉴스DB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