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3년 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오지환은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동점을 허용한 마무리 오승환도 이를 악물고 공을 뿌렸고, 승리가 간절했던 선수들은 이스라엘 선수들의 공을 몸으로 다 받아내며 끝내기 승리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간절함이 만들어냈던 첫 승이었다.
‘디펜딩챔피언’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지난 29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2020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10회 승부치기까지 가는 승부 끝에 6-5 역전승을 거뒀다.
첫 경기 승리가 간절했던 대표팀이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첫 경기부터 기세를 잡는 것이 정말 중요했기에, 김경문 감독도 첫 경기 승리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게다가 상대 이스라엘은 3년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기며 '고척 참사'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한국으로선 첫 경기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은 물론, 3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스라엘전에 임했다.
팀 승리에 가장 큰 힘을 보탠 건 오지환이었다. 이날 오지환은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0-2에서 2-2를 만드는 동점 홈런을 때려낸 선수도 오지환이었고, 4-4에서 5-4 역전을 만든 적시타를 때려낸 선수도 오지환이었다. 여기에 도루 1개와 철벽수비까지 자랑하며 공수주에서 맹활약했다.
사실 오지환은 3년 전 병역 특례 논란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선발 관련해서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지환은 이날 경기에서 자신이 발탁된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오지환은 "대표팀에 걸맞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라며 절치부심의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만큼 오지환은 간절했다.
투수조 '맏형' 오승환도 간절했던 하루였다. 9회말 5-4 리드 상황에서 올라와 동점 홈런을 맞으며 대표팀 끝판왕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9회말 마운드를 내려오는 오승환의 표정엔 맏형으로서의 죄책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10말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무사 1,2루로 시작되는 승부치기 상황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오승환을 믿었다.
오승환 역시 지난 이닝의 실투를 만회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오승환은 삼진 3개로 이스라엘 타선을 돌려 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간절함이 만들어낸 무실점. 더그아웃에 돌아온 오승환은 그제서야 부담을 덜어낸 듯 환하게 웃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결국 또 간절함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이어진 10회말, 오승환에게 쩔쩔 매던 이스라엘 타선과는 달리 한국은 수월하게 번트 작전을 성공시키며 1사 2,3루를 만들었고, 이어진 2사 2,3루 상황에서 허경민과 양의지가 연달아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면서 끝내기 밀어내기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스라엘 투수의 빠른 공이 몸쪽으로 날아들었지만 피할 기색은 없었다. 어떻게든 출루할 생각에 그대로 맞았고, 마지막 공이 양의지의 옷깃을 스치면서 밀어내기 승리로 이어졌다. 승리를 향한 간절함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선수들의 간절함 덕분에 대표팀은 올림픽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직전 대회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승리까지 합한다면 올림픽 본선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대표팀이다. 이전 10경기 모두 선수단의 간절함으로 만들어낸 승리들이었고,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까지 그 간절함을 이어와 첫 승을 수확할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