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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길, 투혼으로 희망 쏜 농구와 럭비 [포디움 스토리]

기사입력 2021.07.27 05:00 / 기사수정 2021.07.26 23:39

윤승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그라운드와 코트를 뛰어다녔다. 투혼 끝에 이들은 새 역사를 쓰고 희망을 쐈다. 26일 올림픽 첫 경기를 가진 여자 농구 대표팀과 남자 럭비 대표팀의 이야기다. 

2008년 이후 13년 만의 올림픽, 한국 구기 종목 최초로 여성 지도자(전주원 감독)를 앞세워 참가한 여자 농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세계 랭킹 3위이자 불과 한 달 전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에 46-83, 37점차 패배를 안긴 스페인이었다. 한국의 세계 랭킹은 17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자 농구 대표팀은 스페인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초반 고전했지만 곧 제 기량을 회복하며 오히려 스페인을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전반을 34-33으로 리드하기까지 했고, 3쿼터도 53-54 1점차로 스페인을 몰아붙이며 이변을 연출하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체력이 아쉬웠다. 4쿼터 들어서자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잦은 턴오버에 점수를 연달아 내주면서 패했다. 하지만 4쿼터 막판 투혼으로 13점차를 4점차로 좁힌 것은 박수 받을 만했다. 한국은 2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9점을 쏟아 부으며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선수들의 투혼을 엿보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한 경기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박지수는 “주위에서 솔직히 안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셨지만 저희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반이 끝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4쿼터가 아쉬웠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라면서 "2차전에도 오늘처럼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오늘처럼 아쉬운 경기는 하지 않도록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 럭비 7인제 대표팀도 유의미한 발걸음을 한 날이었다. 남자 럭비 대표팀은 이날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지 96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당초 아시아 대륙에 주어진 올림픽 티켓은 개최국 일본을 제외한 단 한 장.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예선에서 중국(80위)과 홍콩(24위)을 차례로 꺾는 기염을 토하며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 쾌거를 맛봤다. 

하지만 한국 역시 험난한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세계 럭비 랭킹 31위의 한국은 2위 뉴질랜드와 6위 호주, 7위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A조)에 묶였다. 결국 한국은 뉴질랜드에 5-50패, 호주에 5-42로 연달아 패하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10득점 자체가 굉장히 유의미한 발걸음이었다. 뉴질랜드전에선 전반 5분 48초 정연식이, 호주전에선 후반 2분 21초 경 귀화 선수 안드레 진이 트라이 5득점에 성공하면서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최국이자 아시아 1위(세계 10위) 일본이 영국(3위)을 상대로 단 한 점도 내지 못하고 패한 것(0-34)을 본다면 세계 무대에서의 득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강호들을 만나 모두 득점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앞으로의 발걸음이 기대되는 유의미한 기록이었다. 

시작부터 약체로 평가됐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새 역사를 쓰고 희망을 쐈다. 여자 농구 대표팀도 남자 럭비 대표팀도 첫 경기에서의 희망을 품고 이제 남은 조별리그 경기 준비에 집중한다. 럭비 대표팀은 27일 오전 10시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여자 농구 대표팀은 29일 오전 10시 세계랭킹 4위 캐나다와 조별리그 2차전을 펼친다. 희망찬 첫 걸음을 내딛은 두 대표팀이 남은 경기에서도 희망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AP/연합뉴스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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