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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장에서 침착함 배워 오라" 초3 꾸러기, 2관왕 되기까지 [올림픽 양궁]

기사입력 2021.07.26 18:11 / 기사수정 2021.07.26 18:15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양궁 대표팀 김제덕(17, 경북일고)의 스승인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황 코치는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제덕이 자신의 꿈인 "그랜드 슬램을 꼭 이루면 좋겠다"며 "앞으로 어깨 관리도 잘 해서 10년, 20년 롱런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휩쓸어야 하는 김제덕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그랜드 슬램을 향한 첫 단추를 매우 잘 꿰고 있다는 평가다.

김제덕은 대회 나흘째인 오늘(26일) 벌써 2관왕에 오르며 양궁 사상 처음으로 3관왕까지도 노리고 있다. 지난 24일 처음 열린 혼성전에서 안산(20, 광주여대)과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제덕은 26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는 오진혁, 김우진과 함께 대만을 세트 점수 6-0으로 꺾고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 코치는 김제덕의 첫 메달 획득과 관련해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제덕이보다 더 긴장했을 것 같다. 16강에서는 긴장을 좀 많이 한 것 같더라. 그런데 8강부터 조금씩 풀리는 걸 보니 무사히 올라가겠다고 생각했다. 혼성 결승전에서는 긴장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일 텐데, 일단 혼성에 나갈 거라고는 아예 생각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제덕은 이번 대회에서 패기와 특유의 파이팅을 매 경기 불어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보낸 축전에 "젊고 파이팅 넘치는 김 선수의 모습에 지켜보는 국민들도 함께 신이 났다. 국민들께 큰 기쁨과 용기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날 단체전 결승에서도 어려운 순간마다 10점을 꽂은 김제덕은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과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스승의 마음은 조금 애틋했다. 황 코치는 "파이팅 외치는 걸 보니 안쓰럽더라. 상대 멘털이 흔들릴 수 있지만 그러려 하는 게 아니라 긴장 좀 풀려고 하는 거라고 하더라. 훈련 때부터 파이팅 외치며 스스로 긴장을 풀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그런 긴장을 겪는 게 안타깝다"며 "나라를 대표해 출전했고 그에 대한 책임감도 생긴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게 너무 기특하다"고 말했다.

황 코치는 또 "제덕이가 양궁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한때 친구들과 장난도 많이 쳤나 보더라. 선생님께서 '양궁장에 가서 침착함을 좀 배우고 오라'고 했는데 1년 반 만에 대회를 휩쓸었다. 재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셨을 테지만 차분해지라는 생각에 시키신 것 같다"며 "하나를 알려 주면 완벽하게 할 때까지 끝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집에도 안 가고 물고 늘어졌다. 완벽주의자의 성향을 갖고 있다. 직성이 풀릴 때까지 훈련한다. 많게는 하루에 700발에서 1,000발까지도 쏜다. 그걸 다 하려면 아침 8시부터 밤 8, 9시까지는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제덕을 생각하면 황 코치도 덩달아 절실해진다. 그는 "제덕이는 어머니가 안 계시고 아버지가 계시는데 몸이 좋지 않으시다. 그러다 보니 나도 할 수 있는 건 해야 했다. 또 제덕이가 양궁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가장이나 다름없다 보니 그래야만 했을 거다"라며 "이번에 메달을 딴 뒤 '수고했다'고 하니 '단체전 끝날 때까지 긴장 늦추지 않겠다'고 하더니 끊더라. (웃음) 평소에 장난도 많이 치고 말도 많은 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제덕이가 긴장을 안 늦추겠다고 하기에 '스마트폰 많이 만지지 말고 댓글 보지 말라'고 했다. 나는 제덕이가 왜 파이팅하는지 알지만 상대는 모르니 상처받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댓글이나 반응은 보지 말라고 했다"며 "남은 경기 마무리 잘 하고, 제덕이의 꿈이 그랜드 슬램인데 꼭 이루면 좋겠다. 어깨 관리도 잘 해서 10년, 20년 롱런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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