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양 팀 주장단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익살스러움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왠지 한쪽만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7일(한국시각)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UEFA 유로 2020, 4강 맞대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이탈리아가 후반 15분 페데리코 키에사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알바로 모라타에게 후반 35분 동점 골을 허용하면서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승부차기를 앞두고 양 팀 주장이 모였다. 이탈리아는 조르지오 키엘리니, 스페인은 조르디 알바가 펠릭스 브리히를 비롯한 심판진 앞에 나타났다. 두 선수는 어깨동무하며 심판진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키엘리니는 웃으면서 대화를 시작했지만, 알바는 이내 긴장된 표정으로 심판의 설명을 들었다. 코인 토스로 어느 진영에서 승부차기를 진행할지 결정했고 앞서 결정한 대로 심판이 진영을 결정하려 하자 알바가 반대편을 가리켰다. 그러자 키엘리니는 알바를 바라보며 왜 그러냐는 듯 웃으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키엘리니는 알바를 두 손으로 밀치고 멋쩍은 듯 주먹으로 알바의 뺨을 살짝 때렸다. 알바는 굳은 표정으로 키엘리니의 행동에 반응하지 않고 심판의 설명을 들었다.
심판이 키엘리니에게 몇 가지 사항을 전달했고 키엘리니는 모든 걸 확인한 뒤 알바와 격한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했다. 알바는 모든 걸 응해줬지만 왠지 크게 달갑지 않은 듯 보였다. 키엘리니는 두 차례 알바를 크게 끌어안는 행동을 했지만, 알바는 그를 뿌리치려는 손동작을 보이며 그를 자제시켰다.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키엘리니의 이 장면을 보고 "키엘리니가 알바를 정신없이 괴롭혔다"라면서 이것이 스페인의 심리를 흔들어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험과 연륜이 넘치는 두 선수지만 좀 더 꾀를 부린 키엘리니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승부의 향방을 가른 건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 알바로 모라타의 실축이었다.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모라타의 킥을 막으면서 이탈리아가 승기를 잡았고 마지막 키커 조르지뉴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9년 만에 유로 결승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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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