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신가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오늘 공연 보러 갈래?] 코너를 통해 개막 예정이거나 공연 중인 뮤지컬과 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관전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이주의 작품= 뮤지컬 ‘레드북’
19세기 영국,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엉뚱하지만 당당한 안나와 고지식한 변호사 청년 브라운이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레드북’이라는 잡지를 출간한 뒤 일어나는 사회적 파장과 그 파장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시대의 통념과 편견에 맞서 나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내놓은 작품이다. 2017년 초연했고 2018년 재연에 이어 올해 삼연 중이다. 박소영 연출이 새롭게 합류했다.
언제= 8월 22일까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이 중단된 상황이다. 7월 18일 재개한다)
누구= 차지연, 아이비, 김세정, 송원근, 서경수, 인성(SF9), 홍우진, 정상윤, 조풍래, 방진의, 김국희, 원종환, 김대종, 안창용, 김승용, 허순미, 이경윤 등
어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러닝타임= 165분
요약= 안나(김세정 분)는 빵집에서 성희롱을 당하자 당당하게 받아쳤지만 오히려 감옥에 간다.
감옥에 갇혀 야한 상상을 하던 중 변호사 브라운(인성)이 찾아온다. 바이올렛 할머니(김국희)의 손자인 그는 바이올렛이 안나에게 조금의 유산을 남겨줬다고 전한다.
풀려난 안나는 바이올렛의 환영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우연히 여장 남자 로렐라이(정상윤)를 만나고 여성들이 모인 로렐라이의 언덕의 멤버가 돼 글을 쓰게 된다. 자신을 점차 공감해주고 이해하게 된 브라운과는 사랑에 빠진다. 안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레드북을 출간하는데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안나는 일과 사랑 모두 해피엔딩을 맞을까.
관전 포인트= 영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미혼 여성은 법적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여성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분위기. 그래서 여성이 겪는 갈등을 더 극대화할 수 있었다. (But! 무거운 극이 아닌 유쾌하고 발칙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당시에는 ‘타락한’ 여성이던 안나가 역경 속에 자신의 꿈을 진취적으로 이뤄나가는 과정을 지켜볼 만하다.
‘아무도 차별하지 말라’며 신사의 도리를 외치지만 정작 여자들이 차별받는다는 걸 생각하지 못하는 고지식한 신사들 중 한 명인 브라운이 안나를 만나 변화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린다.
안나를 부끄러움 따윈 모르는 야한 여자로 표현한 점이 기발하다. 사랑을 할 줄 알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여자 안나. 브라운에게 저돌적으로 달려가 입맞춤하기도.(나도 몸이 있어요!)
버릴 것 없는 넘버들. (‘난 뭐지’, '낡은 침대를 타고', '사랑은 마치', ‘우리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나는 야한 여자', 당신도 그래요' 등 인물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김세정과 인성, 뮤지컬계의 보석 발굴.
극 중 너무 잘 어울리는 커플.(추천 조합) ‘사랑은 마치’를 부를 때 풋풋하고 설레는 케미가 인상적이다.(훈훈한 비주얼은 덤)
연기, 가창력 두루두루 잘하는 김세정. 표정 연기가 특히 풍부하다. (올빼미를 ‘아우’ 하고 부르는 모습도 러블리해)
인성은 안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모태솔로 브라운 이질감 없이 연기한다.
‘할머니, 신사로서 온정을 베풀라고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에요’라며 안나에게 뛰어가는 인성의 모습이 귀엽다. 아주 잠깐이지만 아이돌 출신다운 춤 실력도 엿볼 수 있다.
주인공 외 캐릭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로렐라이는 단순한 여장 남자가 아니었다. (알고 보니 슬픈 사연이...)
바이올릿과 헨리(안창용)는 노인이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1인 2역을 보는 재미. 김국희는 로렐라이 언덕 회장 도로시와 할머니 바이올렛을, 김대종은 변태 평론가 존슨과 브라운 절친 앤디를 오가며 재미를 더한다. 클로이, 줄리아 역의 허순미도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한다.
한줄평= 안나가 쓴 레드북, 너무 읽고 싶은 걸.
사진= '레드북' 아떼오드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