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정범 기자) [덕후감]은 덕후(팬)가 간다+독후감의 합성어입니다.
이 시리즈에선 팬의 시각에서 바라본 연예 현장, 팬들이 만들어가는 K-POP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20년은 트로트 시장에 꽤 의미 있는 해였다. K-POP 아이돌 시장에서만 사용하는 단어인 줄 알았던 ‘팬덤’이라는 단어를 트로트 가수들에게도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물론 TV조선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이자 역사상 최강의 K-오디션 ‘미스터트롯’ 때문.
그냥 ‘팬덤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상으로 트로트 가수 팬덤들은 기존 아이돌 팬클럽 이상의 왕성한 행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 그리고 그의 팬클럽 영웅시대다.
지난 6월 16일은 임영웅의 생일이었고, 영웅시대는 이를 기념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일부 팬들은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대중교통 광고를 진행했고, 일부 팬들은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기부와 봉사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중엔 오늘의 주인공들처럼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생일 카페 이벤트를 펼친 팬들도 있다.
생일 카페란 자신이 사랑하는 연예인의 생일을 기념해 만드는 임시 카페다. 특정 카페를 하루 내지 며칠 정도 대관해 그 연예인을 기념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든다. 주로 아이돌 팬클럽에서 주로 하는 이벤트인데, 지금은 트로트 가수 팬덤에서도 종종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임영웅 팬클럽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행동력을 보여줬다.
이번에 엑스포츠뉴스는 그중에서 ‘영웅시대 서울 3구역’의 생일 팬카페인 카페라또에 방문했다. 이곳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해 있다.
1. 사장님은 영웅시대
‘영웅시대 서울 3구역’의 생일 카페는 여타 팬덤들의 카페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생일 카페 이벤트 기간이 무척 길다는 것. 이곳은 6월 12일부터 6월 30일까지 보름 넘게 카페 이벤트를 진행한다.
많은 아이돌 팬들이 생일 카페 이벤트를 진행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길어야 3일 정도 선에서 생일 카페 이벤트를 진행한다.
카페 대관 비용 문제도 있고, 팬클럽 운영진들도 자기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생일 카페 이벤트는 그렇게 길게 유지하기 힘들다.
이에 ‘영웅시대 서울 3구역’ 생일 카페에 방문할 때 “어떻게 이렇게 생일 카페를 길게 유지하지?”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실제로 방문하자 의문이 풀렸다. 바로 카페 사장님도 영웅시대였던 것이다.
그는 “‘미스터트롯’ 첫 경연 무대가 가슴에 파고들었다”라며 임영웅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아이돌 같은 경우에는 며칠 빌려서 하지만, 여긴 내가 운영하는 카페다. 생일 카페 이벤트가 끝나는 6월 30일 이후로도 임영웅 중심 카페 인테리어는 계속 유지된다”라며 자신의 카페가 24시간 365일 유지되는 ‘임영웅 카페’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화단도 그냥 대리석이었는데 내가 다 가꿨다. 생화는 자라지 않는 곳이라 조화로 예쁘게 만들었다”라며 ‘임영웅 카페’ 인테리어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2. 팬심으로 만들어진 장소가 지역의 소통 공간으로
생일 카페 이전에도 실질적으로 ‘임영웅 카페’나 다름없었다는 이곳. 카페에 방문한 영웅시대 회원들은 “여기가 사실상 108명 영웅시대 3구역 회원들의 사랑방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에도 많은 영웅시대 회원들이 모인다는 이곳. 생일 카페 이벤트 때는 평소보다 더 많이 모였다고 카페 사장님은 회상했다.
그는 “생일 카페가 열린 6월 12일에는 영수증 100번이 넘어갈 정도였다. 오신 지역도 다양해 제주에서 온 분도 있고, 부산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 논산, 청주, 인천 등 정말 전국에서 다 모였다”라고 전했다.
영웅시대 회원들은 “임영웅의 생일인 6월 16일에는 생일 기념 커팅식도 했다. 영상도 보고 떡도 나누고 선물도 나눴다”라며 생일 카페 이벤트 기간 중 특히 6월 16일에 좀 더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벤트의 전체적 기획은 ‘영웅시대3구역’ 방장(아이디 : 돼지풍뎅이)이, 케이크는 카페 사장님 딸이 도와줬다고 한다.
3. 영웅시대의 바람
생일 카페 현장에 모인 영웅시대 회원들은 임영웅이 단독 스케쥴을 소화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코로나19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뭘 했으면 좋겠냐고 질문하자 그들은 “무조건 단독 콘서트, 무조건 단독 팬미팅, 무조건 디너쇼”라며 임영웅과 영웅시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길 희망했다. 특히 “디너쇼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올지”라고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생일 카페에는 가수이자 배우 김경애 씨도 함께 했다. 연예인이지만 이미 그는 ‘영웅시대 3구역’ 회원들 사이에선 친근한 언니 영웅시대였다.
김경애 씨는 “임영웅의 찐팬이라 방송 나올 때마다 봤다. 어머니께서 어려운 환경 속에 아들을 정말 잘 키웠더라. 임영웅은 내게 후배지만 사랑하고 존경한다”라며 팬심을 드러냈다.
현장에 있던 ‘영웅시대’ 회원들을 대표해 그는 임영웅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김경애 씨는 “찬란한 별 되어 오래오래 빛나소서. 히어로 파이팅!”이라며 임영웅이 오랫동안 롱런하는 스타가 되길 기원했다.
지난 1년은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의 팬들이 아이돌 팬덤 문화를 배우고, 그렇게 배운 것을 실천하는 기간이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팬덤의 일원이 되었을 때 어떤 것을 하는지, 팬으로서 내 가수의 기념일을 어떤 식으로 기념하는지 등등.
다만 이게 트로트 팬덤이 아이돌 팬덤의 문화를 따라가고 있기‘만’ 하다는 이야기로 연결되진 않는다.
이번에 방문한 ‘영웅시대 서울 3구역’ 생일 카페가 이를 설명하기에 좋은 사례.
팬들이 카페를 (대관이 아닌)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여력과 경제력이 있고, 그 여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팬들의 소통 공간이 되는 것.
이는 상대적으로 이런 생일 카페 문화가 오래된 아이돌 판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중장년층 팬층이 두터운 트로트 팬덤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흥미로운 문화인 셈.
사실상 지금과 같은 트로트 팬덤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한 상태이기에, 앞으로 영웅시대를 포함한 트로트 팬덤이 또 어떤 문화적 개성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커진다.
사진 = 임영웅 팬클럽-뉴에라 프로젝트-엑스포츠뉴스-김경애 유튜브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