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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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라이벌 열전] 선린상고의 두 축, 박노준과 김건우

기사입력 2010.12.28 09:52 / 기사수정 2011.01.21 11:13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장 가까운 답은 '전통의 라이벌'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라이벌 간의 경기는 언제나 모든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끈다. 국가 대항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가 양국 국민의 큰 관심을 갖게 되며,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의 경기가 양 팀 팬들의 이목을 끌게 된다. 이러한 라이벌전은 서로 인정하면서 상호 성장할 수 있는 '순기능'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수준 높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라이벌간의 대결은 팀이나 국가 대항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 간의 대결 역시 '라이벌전'으로 통한다. 선동열과 최동원, 류현진과 김광현 등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라이벌전을 통하여 한층 성숙한 기량을 뽐내는 이들이 있기에 프로야구의 질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고교야구 라이벌 열전 : 선린상고 박노준 vs 김건우

물론 라이벌전은 다른 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빼어난 선수 두 명이 한팀에 머무를 경우 서로 견제하면서 해당 팀에 빼어난 성적을 보장할 수 있다. 2001년 월드 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도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라는 빼어난 선수들이 있었다. 이들은 동료이기 이전에 서로 채찍질하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국내 고교야구에도 1970년대 고교야구 중흥을 이끌었던 라이벌들이 있었다. 선린상고(현 선린 인터넷 고등학교)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박노준과 김건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준수한 외모와 범상치 않은 야구실력으로 선린상고의 '오빠부대'를 이끌었던 박노준은 1학년 시절부터 팀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끄는 등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1979년 열린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MVP에 선정된 것을 비롯한 제35회 청룡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3학년 시절 맞이한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베이스 러닝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며 우승 목전에서 아쉽게 역전을 허용해야 했다. 당시 야구장을 찾은 많은 소녀팬이 박노준의 부상에 대성통곡을 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이후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으로 선발됐고, 졸업 이후에는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1차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프로에서도 잦은 부상으로 인하여 고교 시절 명성에 비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였고, 결국 십자 인대 부상이 결정타가 되어 1997년 현역에서 은퇴하게 됐다. 그는 투수로서 5승 7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3.13(1986~8)을 마크했으며, 타자로 전향한 이후에는 통산 타율 0.262, 765안타, 28홈런, 266타점(1989~97)을 기록했다. 쌍방울 시절이었던 1994년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SBS ESPN에서 야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건우 역시 선린상고의 황금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물론 고교야구에서 보여주었던 임펙트는 박노준이 한 수 위였지만, 팀이 고비에 빠질 때마다 항상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던 역할을 했던 이가 바로 김건우다. 1980년 이영민 타격상 주인공이기도 하다.

프로에서의 시작은 화려했다. 1986년 MBC 청룡에 입단하여 그 해 18승 6패, 평균 자책 1.81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기 때문. 그러나 이듬해 당한 교통사고 이후에는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1991년을 끝으로 투수 글러브를 잠시 놓아야 했다. 1992년에 타자로 전향하여 시즌 초반 8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역시 베이스러닝 도중 찾아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1997년에 다시 한 번 투수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 역시 1997년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는 투수로서 36승 19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했으며, 타자로서 통산 타율 0.255, 13홈런, 60타점, 117안타를 기록했다.

이렇듯 박노준과 김건우, 두 선수는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길을 걸어왔다. 두 사람 모두 프로무대에서 투/타를 모두 경험했고, 1997년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부상으로 인하여 선수 시절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도 닮았다. 만약에 두 사람이 잔부상(혹은 교통사고) 없이 선수 생활을 했다면, OB베어스와 MBC 청룡/LG 트윈스로 대표되는 서울 라이벌전이 조금 더 뜨거워졌을 것이다.

[사진=현역시절 김건우 (C) LG 트윈스 홈페이지 제공]



김현희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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