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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EPL Review] 변화 없이 강해진 맨유의 '행복한 시즌'

기사입력 2007.05.20 20:23 / 기사수정 2007.05.20 20:23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맨유의 긴 06/07시즌이 끝났다. FA컵 결승전 패배라는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시즌을 마쳐야 했지만, 맨유가 이번 시즌 거둔 성적은 모든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진출하지 못한 팀은 어느새 '트레블'을 노리는 역대 최강의 팀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맨유는 4년간 팬들의 숙원이었던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다시 찾아왔다.

맨유의 이번 시즌 성적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맨유는 첼시나 토트넘처럼 대규모 선수영입을 추진한 것도 아니고, 찰튼처럼 감독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 선수에 그 감독' 맨유가 이렇게도 달라진 저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20세기의 맨유, 21세기의 맨유

92년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한 이래 맨유는 의심할 바 없이 최강자의 자리에 군림해왔다. 리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맨유는 94/95시즌, 97/98시즌에 각각 블랙번과 아스날에 한 차례 챔피언 자리를 내주었을 뿐, 2000년까지 모두 6번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블랙번과 아스날에 우승을 내주었을 때도 승점 1점차로 아쉽게 2위를 차지하였다. 긱스, 베컴, 네빌과 같은 우수한 유스팀 출신 선수에 에릭 칸토나, 스탐, 솔샤르 등 당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맨유를 꺾기란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21세기의 프리미어리그는 맨유에게 너무나 험난한 도전이었다. 웽거 감독의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01/02, 03/04시즌 우승을 차지하였다. 러시아의 거부 아브라모비치의 엄청난 투자를 등에 업은 첼시 역시 꾸준히 성적을 끌어올리며 04/05, 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트로피에 입을 맞추었다. 한편 맨유는 이들과 큰 승점 차로 리그 2위 자리도 지키지 못하였다. 맨유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FA컵과 칼링컵을 한 차례씩 안는데 만족해야 했다.

작지만 강한 변화, 그리고 퍼거슨의 '선택'

맨유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구단 중 하나이며, 부진한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선수 영입을 단행할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맨유는 반 니스텔루이, 리오 퍼디난드, 웨인 루니 등의 선수를 영입하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그러나 그들의 훌륭한 활약과는 별개로 맨유는 여전히 우승권에 한 발짝 뒤처지며 기회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미국인 사업가 말콤 글레이저의 맨유 인수는 풍부했던 맨유의 이적자금마저 줄여버렸다. 글레이저 구단주는 맨유 인수에 들었던 자신의 부채를 모두 구단의 부채로 전가했고, 맨유는 사상 유례없는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2005년 글레이저의 인수 이후 맨유는 박지성을 비롯해 총 8명의 선수만을 영입할 수 있었다.

2006년 여름, 맨유는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팀의 주축공격수 반 니스텔루이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켰다. 5년 동안 맨유를 위해 150골을 넣은 스트라이커를 1000만 파운드에 팔아버린 퍼거슨 감독은 새로운 공격수 대신 1860만 파운드의 미드필더 마이클 캐릭을 영입했다. 그리고 이것이 06/07시즌 맨유의 유일한 선수영입이 되었다.

빠르고 강한 맨유, 모든 악재를 물리치다

2006년 맨유의 시작은 온갖 악재로 가득하여 보였다. 반 니스텔루이는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팀을 떠났다는 소문이 팽배했고, 그의 공백을 메울 대체자는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날두의 월드컵 '윙크 사건'이 터졌다. 월드컵 준결승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의 맞대결에서 호날두는 루니의 퇴장을 유도하는 제스처를 했고, 순식간에 잉글랜드 축구팬의 '공적'이 되었다. 일부 언론은 호날두가 잉글랜드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악재와 루머는 시즌 시작과 함께 사라졌다. 반 니스텔루이의 자리는 빠르고 저돌적인 루이 사아가 맡았고, 온갖 야유에도 호날두는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팀 플레이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지난겨울, 많은 팬이 '의아한 영입'이라 생각했던 비디치와 에브라는 어느새 팀의 주전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 풀럼과의 대전에서 5-1로 승리하며 환상적인 스타트를 끊었고, 12월 17일 웨스트햄에 질 때까지 17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순조롭게 리그 선두로 치고 나갔다.

젊음과 경험의 완벽한 조화

맨유의 승리행진에는 호날두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모든 개인수상을 독식하고 있는 호날두는 잉글랜드 관중의 야유를 실력으로 잠재우며 야유를 갈채로 바꾸었다. (실제로 호날두는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호날두는 월드컵 이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전까지 화려한 드리블에 비해 실속있는 패스, 슛이 부족했던 호날두는 이번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호날두는 어느덧 팀의 공격을 주도하며 적절한 곳에 패스를 찔러넣고, 공이 오는 위치에서 효율적으로 슛을 하는 선수로 변모했다. 호날두는 리그 17골 득점 3위를 기록하며 같은 팀 공격수 루니(14골)보다 많은 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활약 뒤엔 노장 선수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어느덧 서른 살이 훌쩍 넘은 긱스와 스콜스는 막강 체력을 과시하며 맨유의 주전으로 멋진 활약을 했다. 긱스는 이전의 빠른 드리블대신 창조적인 패스로 젊은 선수들을 도왔으며, 그 자신도 6골을 기록하며 맨유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행에 일조했다. 스콜스는 시력장애를 극복하고 맨유의 중원을 책임지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스콜스의 복귀는 정상급의 선수영입보다 더 큰 효과가 있었고, 스콜스의 활약 덕분에 캐릭 역시 팀에 훌륭하게 적응하며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다.

행복했던 시즌, 여전히 남은 숙제

맨유팬들에게 이번 시즌은 아주 행복했다. 비록 트레블 달성에 실패하고 FA컵마저 첼시에게 내주기는 했지만, 맨유가 여전히 유럽축구의 강자임을 확인해준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도 진출하지 못한 맨유는 이번 시즌 준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밀란에게 패하긴 했지만 로마를 7-1로 이긴 경기는 맨유팬들의 큰 자부심이 되었다. FA컵에서도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만나 실력으로 결승에 올랐고, 이번 시즌 1000억 원을 투자한 첼시와 맞서 뒤질 것 없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밀란과 첼시에게 패하며 트레블이 좌절된 것은 분명 맨유가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중앙미드필더 보강을 위해 캐릭을 영입했고 그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중앙 미드필더는 맨유의 약점으로 남아있다. 맨유에는 여전히 공을 잘 소유하는 '홀딩 미드필더'가 부재하다. 맨유는 밀란과 첼시를 만났을 때 중원싸움에서 지며 볼을 많이 소유하지 못했고, 특유의 빠른 축구를 구사하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이 가투소나 하그리브스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루니의 파트너를 하루빨리 찾는 것 역시 맨유의 숙제다. 반 니스텔루이가 없는 맨유는 호날두의 놀라운 득점력에 힘입어 연승가도를 달리긴 했지만, 반 니스텔루이가 없는 루니는 그 폭발력이 예전만 못했다. 특히 루니가 원톱으로 출전한 밀란과의 챔스 준결승 2차전이나 FA컵 결승 모두에서 맨유는 득점에 실패하며 패배했다.

루니는 윙포워드나 원톱형 공격수가 아니다. 루니는 '빅 앤 스몰' 투톱의 스몰 혹은 셰도우 스트라이커 위치에 있을 때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는 선수이다. 퍼거슨 감독이 라르손을 임대영입한 것도, 스미스를 스트라이커 위치로 돌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사아의 이적이 기정사실로 되는 상황에서 맨유는 이번 여름 훈텔라르, 토레스 등 정상급의 스트라이커 영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맨유는 아주 행복한 한 시즌을 보냈다. 대규모의 선수영입 없이 팀을 이렇게 달라진 것은 아마 퍼거슨 감독의 '마법' 때문일 것이다. 비록 FA컵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이에 실망하지 않고 더 전진할 것이다. 다음 시즌, 더 강한 맨유를 꿈꾸면서 말이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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