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이렇게 주목받고 칭찬받을 줄 몰랐어요. 배우 인생을 돌아보게 되고 더 나아갈 원동력을 얻게 됐습니다."
13일 온라인을 통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의 주연 배우 공승연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다양한 세대의 1인 가구의 삶을 따뜻한 시선을 통해 묘사한 작품이다.
공승연은 아무하고도 엮이고 싶지 않은 홀로족 진아 역을 맡아 첫 직장에 출근한 사회 초년생 수진 역의 정다은, 낯선 이웃을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성훈 역의 서현우와 호흡을 맞췄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단편 '굿 파더'(2018)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신예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최근 막을 내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공승연의 배우상과 함께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공승연은 배우 10년 차에 첫 연기상을 수상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날 공승연은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받고 두려웠다. 영화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데 주인공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나가야 했다. 제가 안 나오는 장면이 없더라. 한편으로는 '왜 나에게 좋은 대본이 왔을까?' 의심도 했다"며 "감독님은 제가 연기한 진아가 궁금하고 찰떡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저 역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진아를 연기하는 제 얼굴과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공승연은 "첫 미팅 때 이해하지 못한 진아의 행동들을 다 적어갔다. 놀랍게도 감독님이 제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제 전작들을 다 보셨던 것 같다. 목소리 톤이 낮아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제 톤이 좋아서 상담원 역할에 딱이라고 하시더라. 새로운 모습을 연기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에 겁이 많은 저였는데 자신감을 갖고 연기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극중 진아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를 원하지도 않고, 콜센터 고객들의 폭언과 정신이상자들의 전화에도 아무렇지 않은 감정 변화가 없는 인물이다.
공승연은 "캐릭터 자체가 무심하기도 하지만 관계를 단절하기 위해서 예민하게 구는 친구이지 않나. 진아에게 일상에 파문을 일으킨 게 무엇일까 생각도 하고 세심한 연기를 하기 위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자신이 많이 없어서 감독님에게 기대고 많이 물어봤다.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감정 조절을 했고, 순서대로 찍지 않다 보니 연결선을 매끄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감정이 미세하다보니 변화를 조금씩 주는 게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를 위해 담배도 배운 공승연은 "한 달 전부터 배웠는데 쉽지 않았다. 지금도 영화를 보면 제일 아쉬운 장면이 담배 피우는 장면이다. 단초를 그냥 버린다든지 디테일을 놓친 것 같다. 왜 이렇게 어색한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콜센터 상담원 역할은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공승연은 "둘째 동생의 첫 직장이 콜센터 상담원이었다. 당시 동생과 친구들이 고등학교에서 무더기로 콜센터에 취직했다. 이후 동생은 회사를 전전하면서 이직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콜센터가 좋았던 경험이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집에 와서 울기도 많이 하고 내게 어떤 진상 고객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연기한 진아는 그 속에서도 에이스라고 불리지 않나. 어떤 인물일까, 정말 괜찮은 걸까 생각하게 됐다. 아마 진아도 처음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 (상처들에) 점점 무뎌지고 단절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청춘, 멜로, 로코에 익숙했던 배우 공승연의 새로운 면모를 재발견하게 되는 작품이다. 첫 연기상 수상을 비롯해 호평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공승연은 "지금까지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아직도 저는 제가 연기를 잘 했는지 모르겠다. 좋다고 해주시는데 '정말요? 감사합니다. 진짜인가? 진심인가' 의심하게 된다.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해주시고 잘 만져주신 것 같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어 "사실 2019년에 영화를 찍었다. 시간이 흘렀는데 영화가 나오지 않아서 '내가 감독님에게 날개를 달아드려야 했는데 잘 못해서 소식이 없구나' 싶었다. 이렇게 주목받고 칭찬받을 줄 몰랐다. 요즘이 제일 바쁘기도 하고 행복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사가 많이 났는지 찾아보는 게 일과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많은 활동은 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 같았던 지난 10년도 되돌아봤다. 공승연은 "10년 동안 저를 지켜줬던 힘은 '인정받고 싶음'이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응원은 해줬지만 잘 안 풀리니까 '이쯤 하면 됐다'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미 시작한 거 주변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오기가 생겨 밀어붙였던 것 같다. 이제는 오기가 아닌 배우의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을 찾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에서 10년 차 배우라고 하는데 걸맞는 배우인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전주영화제에서도 첫 연기상을 받고 인사를 하자마자 눈물이 났다. 첫 장편 영화에 발을 들여놓는데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응원과 격려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배우라는 직업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욕심이 많아졌다. 장르에 구분없이 자신감을 갖고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개봉 예정이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바로엔터테인먼트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