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윤여정의 지난 작품 활동과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까지의 여정, 소탈함이 돋보인 인상 깊었던 말들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배우 윤여정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쓸어담게 된 것은 그의 56년 연기 인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녀'부터 '미나리'까지, 윤여정의 대표작들을 되짚어봤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3년 후 MBC로 이적한 후 1971년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계에는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발을 들였다. 이때부터 윤여정은 약 30개의 영화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왔다.
▲ 화녀(1971)
'화녀'는 거장 김기영 감독이 자신의 작품인 '하녀'(1960)를 리메이크한 영화. 윤여정은 시골에서 상경해 양계장집 가정부로 일하다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명자 역을 맡았다. 윤여정은 이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이 작품으로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10회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김기영 감독과의 인연은 '충녀'(1972)를 통해서도 이어졌다. 이에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리기도 했다. '화녀'와 '충녀'의 연이은 성공에 스타덤에 오른 윤여정이었지만, 그는 전성기를 누리던 1972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을 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그로부터 13년 후인 1985년, 윤여정은 이혼 후 귀국해 영화 '에미'(감독 박철수)로 다시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 하녀(2010)
그렇게 다시 '배우 윤여정'으로 돌아온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충무로 대모'로 자리잡는다. '바람난 가족'(2003), '꽃 피는 봄이 오면'(200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여배우들'(2009) 등이 윤여정의 2000년대 대표작이다. 더불어 2010년대 시작과 동시에 '하녀'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녀'는 임상수 감독이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 작품. 윤여정과 '하녀' 시리즈의 인연이 계속해서 이어진 셈이다. 윤여정은 나이 든 하녀 병식 역을 맡아 전도연, 이정재와 호흡했다. 이 작품을 통해 제18회 춘사영화상, 제19회 부일영화상, 제47회 대종상, 제31회 청룡영화상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 돈의 맛(2012)
'돈의 맛'은 임상수 감독과 네 번째로 협업한 작품이었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렸지만, 윤여정에 대한 호평은 쏟아졌다. 재벌가의 진짜 최고 실세 백금옥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것. 이 작품은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하다. 윤여정에게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에 이은 두 번째 칸영화제 진출작이었다.
▲ 장수상회(2015)
'장수상회'에서는 가슴 절절한 사랑을 그려냈다. 배우 박근형과 70대 노년의 로맨스를 보여준 것. 1971년 드라마 '장희빈'에서 함께했던 두 사람은 44년의 세월이 흐른 뒤 알콩달콩한 '썸'을 보여줬다. 따뜻한 윤여정의 정서가 잘 묻어난 작품이었다.
▲ 죽여주는 여자(2016)
'죽여주는 여자'는 윤여정의 긴 연기 인생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힐 만한 작품이다. 윤여정이 연기한 소영은 성매매를 하는 노년인 일명 '박카스 할머니'.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다뤘지만, 윤여정의 섬세한 연기력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죽여주는 여자'는 이례적으로 중장년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이 작품 역시 윤여정에게 여러 트로피를 안겨줬다. 작품이 베를린국제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는 등 해외 관심을 뜨겁게 받았고, 윤여정은 캐나다에서 열린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도 토했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윤여정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함께한 작품. 그는 찬실이의 자취방 주인 할머니 역을 맡아 호평을 끌어냈다. 개봉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서울독립영화제에선 관객상 등의 성적을 내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개봉한 후, 7개월 만에 재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 미나리(2021)
'미나리'는 윤여정에게 '세계적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작품이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이주한 한인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은 순자 역을 맡아 기존의 할머니와는 다른, 사랑스럽고 새로운 할머니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작품만으로도 호평을 끌어냈지만, '미나리'는 윤여정의 쏟아지는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으로 국내외 영화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윤여정은 지금까지 여우조연상 단독 수상으로만 30개가 훌쩍 넘는 트로피를 가져갔다.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 Awards),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도 트로피를 수집했고, 오는 26일(한국시간) 진행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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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