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6:56
자유주제

[스포츠 뮤직] 결혼행진곡에 얽힌 두 음악가와 사연

기사입력 2005.10.23 10:50 / 기사수정 2005.10.23 10:50

김광수 기자
 

  올해도 약속이나 한 듯이 프로 선수들의 결혼소식을 들을 수 있다. 배구 쪽에는 전 현대캐피탈 이인구 선수와 LG화재의 간판 이경수 선수가 결혼을 발표했고 프로야구 쪽에도 현대의 임선동 선수의 결혼소식이 들려온다. 시즌이나 훈련 때문인지는 몰라도 프로선수의 경우 늦가을이나 겨울에 결혼을 많이 한다. 당연히 결혼하면 생각나는 음악은 바로 결혼행진곡일 것이다. 행복한 출발을 하는  결혼식에 얽힌 음악을 사연을 소개할까 한다.


  신부가 입장할 때, 장엄한 결혼행진곡


  리햐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는 사진 속에 보이는 이미지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일생을 못되게 살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부도덕적인 생애를 살았다. 18세 때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음악과 철학을 청강했지만 방탕한 생활로 인해 퇴학을 당하고, 빚쟁이들에게 몰려 야간에 국경을 탈출하기도 했다. 35세 때에는 혁명운동에 가담했다가 사형을 선고받고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56세 때에는 자신의 23세나 연하인 제자의 아내와 결혼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부도덕적인 것과는 별도로 그는 ‘악극(Music Drama)’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냈으며 <트리스탄과 이졸데>,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탄호이저> 등 후세에도 평가받는 악극을 많이 만들어냈다. 특히 59세 때 독일에서 오랫동안의 이상이었던 새로운 양식의 극장을 건립하면서 기념연주곡으로 작곡한 4연작 <니벨룽겐의 반지>는 전부 연주하면 4일이 걸리는 대규모 작품으로 그런 규모의 작품을 쓴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부가 입장할 때 쓰이는 결혼행진곡은 1850년 바이마르에서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된 오페라 <로엔그린>의 3막에서 전주곡이 끝나고 이어서 나오는 ‘혼례의 합창’이라는 곡이다. 좀 찜찜하지만 로엔그린이라는 가극은 젊은 남녀가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여주인공은 숨을 거둔다는 내용의 비극적인 가극이다. 과연 이 곡이 축복해야할 두 사람의 결혼식에 맞는 곡인지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필자가 요즘의 결혼식장을 몇 차례 가본결과 혼례의 합창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 곡에 얽힌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입장하는 가운데 곡의 의미를 따지기 보단 그냥 축하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신랑과 신부가 퇴장할 때, 경쾌한 결혼행진곡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은 동시대에 활약했던 바그너와는 다르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곱게 자라면서 완벽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음악, 역사, 라틴어, 그림 그리기 등을 지도받으면서 만능이다 할 정도로 모든 방면에서 능통했으며 다루는 악기도 여러 가지였다. 깔끔한 용모와 훌륭한 교육, 온화한 성품을 두루 갖춘 그를 귀공자라고 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넉넉한 형편에서 자란 탓인지 그의 음악에서는 파격이라든지 혁명성이라는 것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고전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는 모차르트를 최고의 귀감으로 삼았고 작품도 고전주의의 형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64> 같은 낭만성이 짙은 작품도 쓰기도 했지만 대부분 멘델스존의 음악은 경쾌하고 건강한 음악이 대부분이다.


  신랑과 신부가 퇴장할 때 쓰는 결혼행진곡은 그가 34세 때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명을 받고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의 상연용 극음악 12곡 중 9번째 곡이다. 극의 내용이 희극이니 별 시비를 걸 것은 없겠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서 연주가 금지된 곡이었다. 당시 히틀러의 나치가 정권을 잡으면서 유태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음악가의 모든 연주가 금지되었다. 정통유태교는 아니었지만(흔히 멘델스존의 CD를 보면 어떤 것은 펠릭스가 아닌 ‘멘델스존 바톨디’로 되어있다. 이는 그가 어릴때 외삼촌이 그리스도로 개종을 하면서 얻은 세례명이다) 유태인이었던 그의 곡이 금지곡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나치가 붕괴하면서 해금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치가 정권을 잡았다고 한다면 결혼행진곡의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는 아마 불가능 했을 것이다.


  사연 많은 명곡, 사연 많은 결혼


  결혼식장에서 흔히 듣는 곡에도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아마 결혼 발표를 한 세 선수도 각자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을 뒤져보면 그들의 결혼 사연도 듣게 된다. 결혼을 하게 된 세 선수 모두 축하드리며 아내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경기장에서도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보여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 CD 쟈켓 직접 스캔



김광수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