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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3, 그들의 조용한 희망행진곡

기사입력 2007.05.07 20:12 / 기사수정 2007.05.07 20:12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7개 경기장에선 K리그 경기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오랜만의 휴일을 맞아 가족들은 삼삼오오 경기장을 찾았고, 이 날 집계에는 14만 명 가까이 K리그를 보러 온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이 경기장을 찾아 스타 선수에 열광하고 화끈한 골 잔치에 즐거워했습니다. 물론, 각 경기장의 골대 뒤편에는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은 써포터즈들의 응원전도 뜨거웠습니다. 이렇게 K리그는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주목을 받으며 자신의 화려한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6일, 기자가 찾은 K3 리그 화성신우전자와 아산FC의 경기가 열린 비봉습지구장엔 많은 팬도, 써포터즈도 화려한 스타선수도 없었습니다. K3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화성신우전자는 방위 산업체로 군복무 대신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밤에 짬짬이 운동을 하면서 이번 리그참가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들에겐 커다란 경기장도 없습니다. 제대로 된 민가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인조잔디와 채 500석도 되지 않는 관중석이 놓여있을 뿐입니다. 그나마도 제대로 된 펜스가 없어 볼이 경기장 밖으로 넘어가기 일쑤고. 조명탑도 찾아볼 수 없는 운동장에 전광판이라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골이 들어가면 손으로 직접 숫자가 적힌 판넬을 뒤집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관중석엔 지붕조차 없습니다. 요즘처럼 해가 따가운 날씨엔 그대로 그 햇빛을 맞으며 경기를 관람해야 합니다. 물론, 비가 오면 그 비도 그대로 맞아야 하구요.

그래도 신기한 것이 그 관중석은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그 관중의 대부분은 주말을 맞아 평소 같이 일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러 나온 신우전자의 직원, 경기 후 운동장을 이용하기로 한 조기축구회 아저씨들, 선수의 가족 정도였습니다.

K3리그가 출범하면서 서울 유나이티드도 7년간의 산고를 이겨내고 드디어 정식으로 리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써포터즈가 생겼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많은 축구팬은 그들의 탄생에 진심 어린 환영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서울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팀은 여전히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리그를 뛰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 그들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날도 기자석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옹색한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관전하던 기자가 경기 내내 계속해서 마주쳤던 장면은, 지금 이 사람들이 어느 조기 축구회냐-는 지나가던 분들의 질문과 그런 분들에게 K3리그와 신우전자라는 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K3리그의 진행요원 -평일에는 신우전자 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직원일- 이었습니다. 

그들도 여느 프로 선수와 다르지 않게,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그라운드로 나섰을 테고, 남들과 똑같이 프로라는 목표를 가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태되고 이겨내지 못해 지금 이곳에 서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낙오자'라는 이름표를 함부로 붙일 수는 없을 겁니다. 하루종일 힘들게 공장 일을 하고, 남들이 일과를 끝마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할 늦은 저녁이 돼서야 축구화 끈을 매고 그들의 꿈이자 희망이었던 그 공을 가지고 운동을 시작하는 그들은 아직도 축구가 좋고, 그 공 하나에 자신의 인생과 꿈을 겁니다.

이 날 경기는 신우전자가 아산FC에 2대1의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양 팀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골을 터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신우전자가 골을 터트릴 때마다 '최~강신우'를 외치며 즐거워하던 관중석의 신우전자 직원들은, 밝은 하늘에 동네 슈퍼에서 샀을법한 불꽃을 쏘아 올렸습니다. 나름 거창한 축포였습니다. 매캐한 연기에 마른기침을 내뱉고, 보이지도 않는데 시끄럽게 뭐하러 터트리느냐고 타박을 해도 터트리는 사람 얼굴에도, 타박하는 사람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한참은 이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이 리그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십 년이 지나고 또 십 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서서히 나아지겠죠. 앞으로의 축구'대국'을 위해, 그 들이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의 얼굴에도 지금에 대한 절망보다 앞으로에 대한 희망으로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으니까요.

왠지 앞으로 그 마른하늘의 폭죽에 중독될 것 같습니다. 시끄럽고 잘 보이지도 않는 조금은 생뚱맞기까지 한 축포였지만, 그 소리마저 그 들이 써나가는 희망 행진곡으로 들린 어설프지만 즐겁고, 열악하지만 행복하기만 한 그런 오후였습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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