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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표현력 승리' 입증한 시즈니의 우승

기사입력 2010.12.13 07:58 / 기사수정 2010.12.13 09:2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가 출전하지 않은 그랑프리 시리즈의 여왕은 알리사 시즈니(23, 미국)였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김연아가 없는 여자 싱글의 판도는 '춘추전국시대'로 예상됐다.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펼쳐진 6번의 그랑프리시리즈는 5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그 중, 안도 미키(23, 일본)는 3차대회인 'Cup of China'와 5차대회 'Russia Rostelecom Cup'에서 우승하면서 유일하게 2개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한 스케이터가 됐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않고 2011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0-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관심을 모은 아사다 마오(20, 일본)는 2번의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했지만 8위와 5위에 머물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아사다는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6명의 여자 싱글 스케이터들 중, 안도 미키와 카롤리나 코스트너(23, 이탈리아)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그러나 무릎 부상 중인 코스트너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소화하지 못했고 안도 미키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미국의 기대주'인 레이첼 플랫(18, 미국)도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리사 시즈니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깨끗하게 연기하며 생애 첫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등극했다.

감정이 들어간 연기를 펼치는 '스핀의 달인'

시즈니는 그랑프리 2차대회인 'Skate Canada' 정상에 올랐고 6차대회인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서 3위에 오르며 파이널 진출권을 획득했다. 피겨 스케이터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인 23세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즈니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2005년, 18세의 나이에 그랑프리 시리즈 Skate Canada에서 우승을 차지한 시즈니는 '미국 피겨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성적을 올리며 평범한 스케이터로 전락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의 '에이스'로 떠오른 스케이터는 미라이 나가수(18, 미국)와 레이첼 플랫이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정상을 다툰 두 라이벌은 미국 피겨계의 기대대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전미선수권대회에서 시즈니는 10위로 추락했다. 전년도 '미국 챔피언'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올림픽을 앞두고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시즈니의 장점은 섬세한 손동작과 표정연기다. 또한, 스핀과 스파이럴도 수준급이다. 그러나 점프의 성공률에서 항상 약점을 보여왔다.

꾸준하지 못한 시즈니의 점프 성공률은 '탑 스케이터'로 가기위한 길에 숨겨진 지뢰와 같았다. 점프 성공률에 약점이 있었지만 올 시즌 이 부분을 극복해 내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리고 결국, 표현력보다는 기술에 치우친 3명의 일본 스케이터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기술적인 부분이 대폭적으로 수정된 규정 속에서 표현력에 강점을 둔 스케이터가 정상에 올랐다는 점은 많은 부분을 시사하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한을 풀어버린 근성의 스케이터, 세계선수권 선전도 기대

시즈니는 18일(한국시각)에 열린 그랑프리파이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16.99점의 점수를 받았다. 이 중, TES(기술요소점수)가 55.68점이었고 PCS(프로그램구성요소점수)가 61.31점이었다.

더블 악셀 랜딩에서 흔들리는 실수가 있었고 트리플 플립은 다운그레이드를 받았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점프에서는 큰 실수가 없었다. 점프에서 흔들림이 없었던 시즈니는 자신의 장점인 표현력과 스핀으로 승부를 걸었다.

2개의 스핀에서 레벨 4를 받았고 61.31점의 높은 PCS 점수를 받았다. 시즈니는 점프와 함께 표현력도 항상 수반되어야함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증명했다.



지난 2008년, 전 국가대표 선수인 김나영(20, 인하대)과 함께 2008 독일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 출전했던 신혜숙(53) 코치는 당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시즈니에 대해 "이 선수는 아름답고 표현력도 좋은 선수다. 그러나 실전경기에서 항상 실수를 많이 해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스케이트를 잘 타는 선수인데 이번에는 실수 없이 좋은 연기를 펼쳐 1위에 오른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선수 생명이 짧은 피겨 스케이터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한 시즈니는 23세의 나이에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올랐다.

차기 대회인 소치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이 되면 시즈니는 27세가 된다. 이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김연아가 출전하는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시즈니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김연아나 예브게니 플루센코(29, 러시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같은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꾸준한 노력과 근성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시즈니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사진 = 알리사 시즈니 (C)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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