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백서빈이 영화 '파이터'(감독 윤재호)로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한 줄을 더했다.
18일 개봉하는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여성, 진아(임성미 분)의 성장의 시간을 담은 작품. 백서빈은 진아가 청소부로 일하는 복싱 체육관의 직원이자 코치 태수 역을 맡아 진아가 복싱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돕는다.
'파이터'는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임성미의 '올해의 배우상' 수상까지 2관왕을 거머쥐었다. 또 올해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꾸준히 연기와 함께 걸어왔던 백서빈에게도 출연작의 영화제 초청은 뜻 깊은 일이었다.
앞서 영화 '산상수훈'으로 2017년 러시아 소치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가 주는 힘과 스스로 느꼈던 자긍심을 누구보다 크게 경험했던 그였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설레는 마음으로 밟았을 레드카펫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남아있다.
백서빈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죠. 초청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좋았거든요. 제가 참여한 작품으로 이렇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잖아요. '산상수훈'으로 해외 영화제를 경험해보기도 했지만,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이기도 하니 더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아쉬운 마음도 조금은 들어요"라고 현재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러면서 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뭔가 더 생기는 것 같고요"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개봉을 앞둔 마음도 남다르다. 백서빈은 "막연한 표현일 수 있지만, 정말 행복한 것이에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났던 감독님과 한 작품을 하고, 이렇게 단상 위에 서서 함께 만든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지금이요. 어려운 시기인데 이렇게 영화를 개봉할 수 있어 복된 일이다 싶죠"라고 진심을 전했다.
'파이터'에서 태수는 진아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고 돌보며 진아가 권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안팎으로 든든한 힘을 준다. 태수의 따뜻한 마음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백서빈의 연기로 진아의 성장 과정이 보는 이들에게 더 몰입감 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
백서빈은 "태수에 대한 이야기가 주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또 진아의 성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죠. 체육관에 일하러 온 진아를 보며 복싱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잘하는 모습을 보게 돼요. 관장님에게 진아를 추천하기까지, 차츰차츰 변화되는 태수의 시선이 있죠. 외적으로는 탈색한 헤어스타일을 통해 태수의 캐릭터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었고, 진아를 보는 태수의 시선 변화를 통해 인간적인 매력도 드러났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파이터'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그야말로 복싱에 빠져있었던 순간들이었다. 실제 복싱을 하는 체육관에 발도장을 찍고, 각종 영상과 정보를 섭렵하며 태수라는 인물을 조금씩 쌓아나갔다.
백서빈은 "체육관의 그런 리얼리티를 현장에서도 느껴보고 싶었어요.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먹으면서, 또 다시 연습을 위해 '자자자!' 독려하며 다시 연습하는 그런 모습의 느낌들이, 말로 딱 떨어지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결들이 있었거든요. 그것을 그대로 따서 연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그런 결들을 저 스스로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죠. 감독님께서 태수는 약간 정제되지 않은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예쁘지 않게 탈색된 그런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뭔가 제게는 잘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싶었어요"라고 떠올렸다.
지난 2019년 10월, 총 13회차의 촬영으로 진행된 '파이터'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각자의 몫을 빈틈없이 소화해 낸 배우들과 스태프의 힘이 합쳐져 그야말로 '좋은 현장' 속에 완성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일명 '태수 타임'이라고 불렸던, 자신이 출연하는 장면을 찍을 당시 시간이 부족해 집중력을 좀 더 끌어내야 했던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백서빈은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현장에서 저희들의 촬영을 최대한 시나리오 순서대로 해주셔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많이 도움을 받았죠"라면서 "어떤 신들은 정말 테이크를 여러 번 갈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태수를 연기하는 사람은 저니까 제가 만들어야 되는 것이었죠. 오히려 더 날것으로 연기해볼 수 있었던 부분들도 있었어요"라고 얘기했다.
백서빈은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그 인물을 알아가며 집중하는 시간들이 "제게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밝게 웃었다.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데뷔한 백서빈은 이후 드라마 '노크', '쓰리데이즈', '내일도 칸타빌레', 초인시대', 'Wish you 위시유 : 나의 마음속 너의 멜로디' 등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좀비스쿨'(2014), '산상수훈'(2017), '아빠는 예쁘다'(2019)와 지금의 '파이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아버지인 백윤식과 형 백도빈까지, 배우 가족으로도 유명한 백서빈은 자신의 이야기 속에 함께 언급되는 가족 이야기에 조심스럽게 말을 아끼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으니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죠. 제가 배우로 더 나아가려면,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라고 차분히 속내를 전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배우라는 이름으로 잘 버텨왔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연기를 오롯이 느낀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자신 앞에 놓인 하루하루의 시간을 마주하며 늘 겸손하게 마음을 다잡는다.
"배우 일을 하면서 어떤 하나의 캐릭터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잖아요. 그러면서 뭔가 연기의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도 같고요. 이번 저희 영화 '파이터'를 보면서도, 정말 '인생은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거든요. 그것을 저는 연기로 전달을 하는 것이잖아요. 막연할 수 있는 지점들을, 연기를 통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저의 연기적인 가치관도 생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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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