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7년에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하려고’ 한 적이 있다. 아마 한 번 정도 이 글을 읽어본 아이유 팬분들도 계시리라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 시리즈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아이유를 조명하는 10부작 시리즈였다.
누구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일주일에 한 편씩 써서 아이유의 생일인 5월 16일에 마무리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었다. 아이유 생일 최소 두 달 전에 계획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누구나 상황이 닥쳐오기 전까진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결과적으로 이 시리즈는 마감을 지키지 못했고, 완결을 짓지도 못했다. 부인할 수 없는 실패작인 셈이다. 이때 실패 이후로 (아이유 외에도) 정기 연재 시리즈는 어지간하면 안 하기로 했다. K-POP 관련 기획기사에 영향을 꽤 많이 줬던 실패였던 셈.
올해 아이유 생일에 썼던 “포켓몬보다 훨씬 많이 진화한 ‘위주’ 아이유 선생 [K-POP포커스]”는 그때 당시 10부작으로 쓰려고 했던 내용의 초압축판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포켓몬도 아니고 매번 진화할 수 없다”라고 말한 아이유지만, 10년 동안 실제 포켓몬 진화보다 더 많이 진화했다는 것이 당시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였고, 그때 표현하지 못한 핵심 주제를 올해야 비로소 써본 것이다.
이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작성자의 (부정할 수 없는) 불성실과 재능 부족이다. 어떤 변명을 한다고 해도 이 사실 자체는 피할 수 없다. 글 쓰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이 마감을 못 지킨 것에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이에 이번 글은 ‘자기변명’을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이유를 쓴다’는 행위의 어려움에 대한 공유이다.
시리즈를 기획하고 글을 쓰기 전까진 “아이유를 쓴다”라는 행위의 의미와 무게를 잘 몰랐는데, 대중과 팬의 입장에서 마주하는 아이유의 역사와 ‘서술자’ 입장에서 마주하는 아이유의 역사는 의미가 완전히 달랐다.
팬 입장에서는 ‘풍부한 콘텐츠’인 아이유의 여러 역사들은 ‘서술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거대한 벽’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역사가 ‘거대한 벽’으로 느껴진 이유는 역시 오랜 시간 동안 활동을 정말 많이 해와서인데, 그 이상으로 ‘그 활동의 의미가 가지는 의미’를 잘 서술해야 해서이기도 하다.
아이유 활동의 의미를 제대로 서술하려면 아이유 본인에 대한 이야기 그 이상으로 ‘그의 활동이 타인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잘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녹록하지가 않다.
‘좋은 날’ 활동을 예로 들자면, “이 노래가 잘 돼서 아이유가 국민 여동생이 됐다” 정도의 설명은 ‘좋은 날’ 활동에 대한 반쪽짜리 설명에 불과하다.
‘좋은 날’ 대흥행 이후 예능계와 가요계에 불어닥친 ‘N단 고음’ 메타, ‘좋은 날’ 흥행과 함께 폭풍처럼 생산된 2차 창작 등등도 함께 서술해야 ‘좋은 날’ 활동에 대한 완전한 서술에 가까워진다. 근데 이러한 이야기들을 한 사람의 기억에 의존해서 쓰면 허점이 생기기 매우 쉽다.
또, ‘잔소리’, ‘좋은 날’ 이전 시기의 아이유를 누군가는 무명 가수처럼 기억하곤 하지만, 2009년에도 이미 아이유는 멜론차트 연간 TOP100에 자신의 노래를 올린 바 있다. 바로 ‘BOO’다.
‘잔소리’, ‘좋은 날’ 때보다야 당연히 못하겠지만, ‘2009년의 아이유는 무명가수다’라는 주장은 이론의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
일일이 예를 들면 너무 글이 길어져서 생략하긴 하지만, 아이유의 역사엔 이런 부분이 정말 많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아이유, 한 사람이 서술할 수 없는 가수’인 것이다.
아이유라는 인물이 2010년대 한국 대중가요 역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복수의 사람이 진지하게 ‘학문으로서 아이유’에 대해 연구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단언컨대, 아이유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아티스트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아이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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