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원더 우먼'보다 낫다. '원더 우먼 1984'가 초라하지 않은 히어로 액션 무비로 돌아왔다.
'원더 우먼 1984'(감독 패티 젠킨스)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새로운 시대인 1984년을 배경으로 새로운 적과 만난 원더 우먼의 새로운 활약을 그린 영화. 지난 2017년 개봉해 216만 관객을 동원한 '원더 우먼'의 후속작이다.
이야기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70년이 흐른 1984년, 경제 호황을 맞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 분)는 박물관에서 인류학과 고고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동시에 범죄를 소탕하고 시민을 보호하는 숨은 히어로 원더 우먼으로 살아간다.
어느 날 박물관의 보석학자 닥터 바바라 미네르바(크리스틴 위그)와 친구가 되고 그녀가 연구하는 '스톤'을 마주한다. FBI가 의뢰했다는 스톤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메시지가 적혀있었고 다이애나는 70년 가까이 그리워한 스티브 트래버(크리스 파인)를 떠올린다.
스톤의 힘으로 다이애나는 스티브와 재회한다. 박물관의 외톨이었던 바바라 역시 '다이애나처럼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이 구역 인싸'로 거듭난다. 그러나 스톤이 파산 위기의 석유 사업가이자 유명 방송인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의 손에 들어가면서 세계는 인간들의 욕심 속에 종말의 위기에 놓인다.
'원더 우먼 1984'는 전작보다 화려한 볼거리와 충만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오프닝인 다이애나의 고향 테미스키라 섬에서 최고의 전사들을 꼽는 '아마존 부족 표 올림픽'은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고, 중반부 이집트 카이로에서 펼치는 군용트럭들의 카체이싱은 눈을 즐겁게 만든다.
원더 우먼의 '히어로 능력'도 업그레이드됐다. 칼과 방패로 총알을 막고 괴력을 자랑하던 것에서 투명화에 스스로 하늘도 나는 능력을 새로 갖췄다. 여기에 아마존 부족의 가장 위대한 전사 아스테리아가 입었다는 '황금수트'는 화려함의 극치다. 진실만을 말하게 하는 '진실의 올가미'는 검과 방패를 쓰지 않게 된 원더 우먼의 제1의 무기로 사용되고 환영을 보여주는 새로운 기능까지 더해졌다. 단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스파이더맨과 거미줄'을 떠올리게 한다.
다이애나와 스티브의 180도 뒤바뀐 상황도 소소한 재미 포인트다. 전작에서 테미스키라 섬을 벗어난 다이애나가 1910년대 영국 런던의 도시 문명에 어리숙했다면, 1984년에는 스티브가 허당 매력을 뽐낸다. 또한 70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뜨거운 로맨스도 주목해야 할 부분. 사랑에 서툴렀던 다이애나가 스티브를 만나 다시 사랑하고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한편 '원더 우먼 1984'는 깜짝 반전과 초라한 액션으로 모두를 당황시켰던 전작의 빌런 아레스=패트릭경(데이빗 듈리스)과 달리, 바바라와 맥스 두 명의 빌런으로 차별점을 꾀했다. 그들이 왜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지 촘촘히 쌓은 서사는 설득력을 높이고, 세상을 바꿀 강력한 힘은 공포스럽다. 그러나 초중반의 웅장한 볼거리에 비해 빌런들의 마무리가 허무하다는 점은 아쉽다.
전작에서 다이애나는 전쟁에 사로잡힌 인간의 악함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끝내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은 인간 스스로의 몫이며, 사랑 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70년 후인 1984년의 다이애나 역시 인간에 대해 신뢰를 잃지 않았고, 욕망 뒤의 진실을 추구하며 한 발 더 나아가는 히어로가 된다. 인류에가 충만한 희망 가득한 이야기다.
러닝타임이 2시간 30분이 넘지만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 지루하지는 않다. 특히 남녀 주인공의 서사가 그대로 이어지는 만큼 전작을 봤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나 마무리가 아쉽지만 적어도 전작의 초라함은 없다. 마지막 쿠키 영상은 '원더 우먼'의 팬이라면 큰 선물이 될 듯하다.
'원더 우먼 1984' 오는 23일 개봉. 151분. 12세 이상 관람가.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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