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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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홍석 "평생 하고 싶은 연기…늘 흥미로운 사람 꿈 꿔"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0.12.09 07:05 / 기사수정 2020.12.08 22:2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연기에 대해 얘기할 때면 한없이 진지해진 채 눈을 빛내던 배홍석은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1988년 생으로, 경기도 성남 출신인 배홍석은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열여덟 살 고등학생 시절,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좋아하는 배우인 故로빈 윌리엄스의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보면서 큰 동기부여를 얻었다.

"A4 용지에 하고 싶은 것을 다 써봤어요. 미술학원도 가보고, 운동을 배우러도 가봤었죠. 그리고 연기학원까지 찾아가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나도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뭔가 할 수 있겠구나' 싶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때까지만 해도 큰 목표가 없던 제게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죠. 그렇게 열아홉 살이 됐고, 연기 연습을 해나가다 보니 '이 일을 하면서 밥 벌어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번의 도전 끝에 대학교에 합격했다. 첫 입시에 성공하지 못한 후엔 짐을 싸 집을 나왔고, 그의 표현을 빌려 '죽음의 재수생활'을 시작했다. 스무 살이 넘은 후의 자유로운 삶을 인정해주셨던 부모님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배홍석을 응원했다.

배홍석은 "제게도 어떤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있었으니 이렇게 연기를 하겠다고 한 것이잖아요. 그런데 첫 해에 동국대에 불합격했고, 그 길로 짐을 싸서 집을 나왔죠.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재수 생활을 했어요"라고 과거를 전했다.

실기시험 당시 만났던 선배들의 모습이 배홍석의 마음을 움직였다. "선배들이 실기시험 진행요원으로 나오잖아요. 다들 멋지게 옷을 입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습을 하느라 누가 봐도 힘든 모습이 있는 것이죠. 그 모습이 좋았어요"라며 다른 학교가 아닌, 동국대만을 바라보며 입시 준비를 이어나갔던 이유도 덧붙였다.



두 번의 도전 끝에 합격증을 거머쥐었고, 입학 후에는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와 오롯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신세계였죠"라고 웃으며 대학생 시절을 떠올린 배홍석은 "스물한 살에 엄청난 쇼크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 곳은 연기를 하고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일상이잖아요. 연기가 특별한 일이 아닌, 매일 매일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이요. 그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도 많이 보게 됐죠"라고 얘기했다.

"신입생 때를 떠올려 보면, 뛰어난 선배들과 동료들의 모습들처럼 내가 동경했던 것들을 매일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진짜 좋았었어요. 그들과 보내는 시간 그 자체가, 매일 매일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그 쾌감이 있었죠.(웃음)"

의경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해 졸업공연까지 마치며 이제 진짜 '사회'에 발을 내딛게 됐다. 연습할 공간,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까지 모두 스스로 방법을 찾아나가야 했던 때였다.

"대학 생활을 마치고 나니 가장 큰 첫 번째 문제가, 연습실이 없어진 것이더라고요. 매번 대관을 해서 하는 것도 비용 문제가 있어서, 그럴 때마다 산을 많이 갔어요. 분당에 영장산이라는 곳이 있거든요. 그 곳에 가서 발성 훈련을 많이 했어요. 훈련할 수 있는 한계점까지 가보는 건데, 예를 들면 '내 소리나 마음, 감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나'를 연습해보는 것이죠. 이 연습을 하면서 많은 힘을 얻었어요. 지금도 종종 가곤 하는데, 지금이야 '고생이었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 때는 마냥 재미있었던 시간들이었죠."

현재 그의 필모그래피에 공식적으로 올라온 작품은 2018년 공연한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다. 그렇게 연극과 뮤지컬, 독립영화 등 장르와 작품을 가리지 않고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며 지금까지 걸어왔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작품의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찾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감내해야 되는 과정이죠"라며 목소리를 높인 배홍석은 "저는 이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인 것이잖아요. 스스로는 모두가 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살 순 없는데, 저는 감사하게도 기적적으로 큰 운을 타고 나서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니 그 정도의 힘듦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싱긋 웃어보였다.

자신보다 조금 더 먼저 얼굴을 알리고 활발히 활동 중인 또래 동료들을 보면서도, 질투보다는 묵묵히 자신을 돌아보며 채찍질하는 데 마음을 썼다.

"그런 마음들이 없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제게는 이 일을 평생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1~2년 하고 그만둘 것도 아니고, 저는 연기를 평생 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조금 웃기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연기나 똑바로 하자'는 생각이 가장 커요.(웃음) 고등학생 때는 배우를 꿈꾸면서 단순하게 '이 일로 먹고 살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부터는 '연기를 하면서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한 것까지도 과했다 싶더라고요. '연기를 계속 하는 것', 이것이 제겐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용루각:비정도시' 언론시사회 이후 자신의 모습이 담긴 수많은 기사들이 전해졌고, 이로 인해 지인들에게 많은 연락도 받을 수 있었다. 배홍석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조금 더 가까이 알릴 수 있었던 올 해, 배홍석은 2020년을 돌아보며 "더 열심히 해라"라면서 굳게 주먹 쥔 손을 심장에 댔다.

"누군가에게 흥미로울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이 흥미롭지 않다면, 귀한 시간을 내서 저를 보러 오실 이유가 없는 것이잖아요. 어떠한 이유로든 흥미로운 사람이 돼야죠. 그리고,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말 정말, 진심으로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영화 '용루각:비정도시' 제공, 엑스포츠뉴스DB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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