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어떤 작품인지 정보가 없어도 이 배우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믿고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배우 임수향이 그렇다. 어떤 캐릭터든 맞춤옷 입은 듯 연기하는 덕분에 공감을 끌어내 작품에 더 몰입하게 한다.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임수향은 서환(지수 분)의 첫사랑이자 서진(하석진)의 아내인 세라믹 아티스트인 오예지 역을 맡아 열연했다. 평범한 행복을 꿈꾸지만 형제와 사랑에 빠진 가혹한 운명의 인물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연기자로서 많이 배운 작품이에요. 고민도 많이 하고 부족함도 많이 느끼고 다양하고 깊은 감정의 폭을 연기할 수 있었어요.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면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어려웠어요. 잘하고 싶었고요. 이 드라마가 가진 색을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시청자분들이 그 색과 감정을 느껴주시고 예지의 삶을 공감해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관계 설정도 자극적이고 어려웠잖아요. 그럼에도 예지의 감정을 잘 이해해줘서 감사해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형제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그릇된 사랑과 잔혹한 운명을 담은 드라마였다. 금기된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인데, 옛 감성을 녹여 서정적으로 다뤘다.
“각오하고 들어갔어요. 두 남자 사이에 있는 여자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어요. 상대적으로 진이와 잘되면 환이 팬분들이 그럴 거고 환이와 되면 진이 팬분들이 그럴 거예요. 오예지의 운명과 인생의 서사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낼 것인가를 감독님과 고민했고 풀어가는 게 재밌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욕먹을 수 있는 소재가 있었는데 여자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계속 설득하며 가야 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어요. 분석도 많이 했고 인간의 심리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오예지는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고등학생 서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신 자신에게 직진하고 울타리가 돼줄 서환의 형 서진과 결혼했다. 서진이 7년간 행방불명돼도 자리를 지켰고 그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불구가 돼 나타난 뒤에도 두 사람과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를 이어갔다. 임수향은 극 중 설정에 공감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시동생으로 만난 게 아니잖아요. 형수가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형수가 된 거잖아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고 가족을 갖고 싶은 여자가 한 선택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어요. 중간에 배신당하면서도 많은 것들이 변했겠죠. 충분히 그 감정이 설득됐어요. 물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죠. 왜 이 집에서 안 나오고 있지 이런 생각도 들었죠. (웃음) 때려치우고 나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저 상황이 돼보지 않았으니까. 예지처럼 갈 곳, 가족이 없었다면 쉽게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겠다 싶어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처음 가진 만큼 갈망이 컸던 인물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진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오예지의 성장을 이질감 없이 그려냈다. 첫사랑의 아련하고 아름다운 모습부터 변해가는 캐릭터의 심리묘사를 섬세하게 담았다.
“어려웠어요. 스무 살 때 처음 연기할 때 대본을 봐준 연기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선생님과 같이 대본을 분석하고 리딩하고 통으로 외웠어요. 촬영 중간에 어떻게든 스케줄을 잡아서 선생님과 대화하고 수업하고 감독님과도 스케줄이 안 돼도 저희 셋은 매회 리딩하고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 더 표현하고 싶고 아쉬운 부분도 많은 편인 작품, 내가 부족한 부분을 캐치했으니 더 배워야겠다, 트레이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 작품이에요. 에너지를 이만큼 발산하고 싶은데, 머리로는 더 가고 싶은데 한계에 부딪힌 점이 스스로 돌아봤을 때 있었거든요.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도 항상 걱정했는데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유독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듣지 않았냐는 말에 “그래 보일 수 있는 역할이었다. 그런 댓글이 많더라”라고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 힘들었거든요. 덥고 잠을 못 자고 감정 소모가 많아도 그런 반응을 보면서 힘을 냈죠.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우아한 가’의) 석희가 좀 셌다면 예지는 여리여리하고 첫사랑 이미지인데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든요. 마지막에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찍는 것처럼 아련한 첫사랑으로 잘 표현돼 좋았던 것 같아요. 예쁘게 찍어주셔서 마지막에 샤랄라 하게 나왔더라고요. 영상도 너무 예뻤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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