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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를 바라보다:영화②] "OTT와의 공존 가능성·비대면 소통의 확장"

기사입력 2020.09.12 12:00 / 기사수정 2020.09.12 08:56


전례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전세계를 뒤흔든 지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사회 전반을 비롯해 방송•영화계 등 미디어 영역까지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이제는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 이에 엑스포츠뉴스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방송•영화계 종사자들이 지난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느꼈던 바와 앞으로 계획 중인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여파가 영화계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촘촘한 일정 속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차근차근 돌아가던 영화계의 시간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모든 것을 확신할 수 없는 영역이 돼버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결산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6%(6569억 원) 줄어든 2738억 원으로, 관객 수(3241만 명, 70.3% 감소)와 매출액 모두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박스오피스에서도 이를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주목받았던 '테넷'은 8월 중순 재확산 된 코로나19 악영향에 개봉 후 12일 만에 힘겹게 1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관객 수 급감과 극장 축소 운영, 예정됐던 영화들의 개봉 연기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의 시간들을 보내야 했던 영화 제작사와 홍보사·수입사, 극장 관계자들은 '코로나와의 공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온라인 비대면 방식의 쓰임새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은 확실하다'고 되짚었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 속, 영화 관련 전문가들이 현장을 이탈하지 않을 수 있는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예정했던 개봉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하며 6월 10일 개봉, 극장가의 조심스러운 정상화 움직임에 힘을 보탰던 '결백'의 제작사 이디오플랜 윤기호 대표는 "작품 기획·개발 작업은 하던 대로 꾸준히 진행 중인데 예전처럼 투자가 될 지, 그런 걱정들이 크다. 저만 해도 매니저 같은 관계자들을 못 만난 지 3주 가까이가 지났다. 대본을 주고 설득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야 되는데 그 통로가 계속 막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영화뿐만이 아니라, 숏폼 같은 다른 형태의 플랫폼에 대한 고민들도 같이 하며 대비 중이다"라고 계획을 전하며 "한편으로는 저희 같은 중소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알고 해오던 것들이 영화 쪽이었는데 다른 방식의 기획을 하고 진행하려 하면 답답한 부분이 분명히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이야기의 힘이라고 본다. 그것이 영화일수도 있고, 다른 형태의 접근방식이 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침입자', '사라진 시간' 등을 공개하며 코로나19 속 누구보다 혹독한 시간을 견뎌냈던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위기가 더 닥칠 것이라고 다들 보고 있다. 답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극장이 정상화되는 것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장 대표는 "지금 극장 상황이 정말, 매우 좋지 않다. 3대 극장 체인이 모두 메인 투자배급사들과 연관이 있는데, 이것과 상관없는 투자배급사들 역시 자금 회수가 안 되는 상황이다. 개봉을 해야 그것이 가능하지 않겠나. 그 회전이 되지 않으니, 투자까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올 하반기부터 많은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들이 미국에서도 올 것이고 국내에서도 론칭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앞으로 OTT를 통해서 오리지널 영화를 풀거나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영화 산업은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지 않나. 극장을 정점으로 해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 전통적인 영화산업의 구조이기에, 이 상황이 완화되고 극장도 하루 빨리 정상화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 홍보의 최전선에 서 있는 마케터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두려움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계속 안은 채로 눈앞에 놓인 개봉 예정작들의 홍보 방안들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는 점. 회사 운영에 대한 걱정은 물론, 당장 비대면(언택트)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알릴 수 있는 방법까지 고심해야 한다. "상반기 내내 악순환의 반복이었다"고 토로한 홍보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력으로 버티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KFMA) 회장이자 퍼스트룩의 강효미 대표는 "코로나가 지속적으로 장기화된다고 할 때, 이제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코로나라는 허들이 하나 생긴 것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극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게 하는 동기부여가 사실 더 강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예전에 비해서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이제는 OTT를 포함해 더 많은 콘텐츠들과 경쟁하면서 영화 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업계 쪽의 전문 인력이나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면서 현장에서 이탈하지 않게끔 보호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 그런 중요한 시기가 온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비대면이 활용되고 있는 온라인 홍보 방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전해졌다. 강 대표는 "사실 정말 큰 변화다. 인터뷰 같은 것들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한다는 것은 코로나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변화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나 준비도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라며 "이런 것들을 잘 맞춰 나가려면 마케팅을 오래 하던 사람들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자력으로만 버티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련된 지원들이 꾸준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얘기했다.

영화홍보사 렌의 이승원 대표도 "홍보를 맡은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라는 영화의 개봉을 10월로 알렸지만, 달라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사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기자들의 취재를 베이스로 하면서, 홍보 역시 당연히 놓칠 수 없는 부분인데 앞으로는 언론과 직접적인 대면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온라인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이 취재진에게도 예비 관객들에게도 계속해서 하나의 방법으로 다가갈 것이다. 무엇보다 콘텐츠 제작이 중단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역시, 작품이 있어야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했다.

영화인의 박주석 실장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온라인의 쓰임새를 좀 더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석 실장은 "비대면 방식의 툴이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조금씩 습득이 된 것 같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시도해보지 못했을 방식들이지 않나. 어쨌든 코로나라는 정말 특수하고 안 좋은 이 환경이 오게 되면서, 그런 것들에 대한 변화의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비대면 방식의 홍보 방법들을 시험하는 과정이 지금인 것 같다"면서 "온라인 방식을 한 번도 안 해봤다면 나중에라도 혹시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해야 했을 때 시도하기 주저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어쨌든 반강제적으로 이 방식을 해보게 되면서 제2의 진행안으로 코로나 이전 때보다는 더 고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온라인의 쓰임새를 좀 더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수입사 관계자들도 "코로나 종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정비가 됐을 때 정말 큰 파도가 시작될 것이다"라고 바라보며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대작들도 몰아서 개봉을 시작할 텐데, 그런 상황에서 수입사들은 더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면 무서운 부분도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면서도 극장 정상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부분에는 일제히 동의했다.

영화 수입사 퍼스트런의 이성우 대표는 "현재 외국 제작사나 세일즈사들도 위축돼있는 상황이다. 지금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온라인마켓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라인업 축소가 확실히 보인다"고 말을 이은 이 대표는 "영화를 수입해서 개봉할 타이밍을 찾는 것이 저희에게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코로나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스크린은 위축될 것이고, 코로나가 존재하지만 조금은 무던해졌을 타이밍이 되면 향후 이제 극장 쪽 플랫폼이 30% 정도 축소되지 않을까 본다. 오히려 저희 같은 인디 수입사들은 큰 곳이든 작은 곳이든 극장에 영화를 걸기가 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상황이 완화되는 것이 먼저지만, 이후 할리우드나 국내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면 사실 저희 쪽의 상황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은 둘째 치고, 코로나가 종식돼야 하는 것이 맞으니 종식된다고 봤을 때 결정적으로 극장이 바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집에서 편안하게 콘텐츠를 감상하던 흐름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저희는 기존에 수입해왔던 영화를 개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부가서비스 쪽으로 바로 가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부가서비스 시장이 커진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극장에서 개봉을 하고 그것에 따른 홍보 효과가 병행돼야 매출도 플러스가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이성우 대표는 "위기가 기회일 수 있듯이, 극장이 확보됐을 때 한 번 열어보면서 최대한 광고비를 줄여서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전단지도 안 만드는 추세다. 포스터도 만들게 되면 큰 극장 위주로만 돌리고, 극장 스크린 광고나 온라인 티켓 예매 광고정도까지만 진행하지 나머지는 거의 SNS 광고로 이어지고 있다. 줄이고 싶지 않아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손익분기점은 낮아지겠지만 관객도 그만큼 덜 들 것이고, 악순환이긴 하지만 접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작품성 높은 다양성 영화들을 수입·배급해온 오드의 김시내 대표도 "저희가 영화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 미미해서, 큰 회사들과의 전략과는 당연히 다른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업계 분위기가 좋고, 영화를 보는 것이 여가의 1순위였을 그 당시에도 저희는 어려웠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며 말을 이었다.

"코로나는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지 않나. 코로나 상황이 온라인 스트리밍이나 IPTV, VOD 관람처럼 소수로 보는 형태를 가속화시켰다고 본다"고 말한 김시내 대표는 "저희 입장에서는 이렇게 됐을 때 영화 개봉을 어느 것에 포인트를 줘야 하냐를 고민하는데, 이건 수입사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화나, 다른 콘텐츠에 있어서도 진짜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바이러스 같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얘기들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코로나 이전보다는 두 배의 노력을 해야 예전과 똑같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영화가 개봉하는구나'라는 생각은 들 수 있게끔, 어떤 방향으로든 무언가 더 강하고 센 작품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타격을 많이 입은 곳 중 하나다. 앞서 지난 달 CJ CGV는 2분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 416억원, 영업손실 130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매출은 전년도 같은 기간(4819억원)과 비교할 때 91% 감소했고, 영업이익(235억원)은 적자전환했다. 극장들의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행히 극장 내 감염 사례는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 코로나 종식이 아니라, '동거 시대'라고 표현하지 않나. 이런 우울한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영화로 문화생활을 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심리적으로 어려웠던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운을 뗐다.

"어떻게 보면 확진자가 나온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극장이 셧다운(Shutdown)되지 않은 곳이 우리나라라고 알고 있다"고 말을 이은 황재현 팀장은 "저희가 상반기 손실이 2천억 원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극장 상영을 한 것은, 영화 산업이 한 번 멈추면 다시 재개하는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들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장은, 정부의 지침이 있기 전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모든 것을 준비를 해왔다는 생각이다. 코로나 동거 시대에는 영화 산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만, 'K방역'이라는 정부에서 하는 활동, 또 저희 극장에서의 예방 활동인 마스크를 쓰게 하고 손을 씻고, 체온을 측정하는 이런 밑바탕들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연합뉴스, 각 영화 포스터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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