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레이디스 앤 젠틀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결정 못 하신 분들."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편견의 굴레를 만들어 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곤 한다.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고 ‘비정상’의 범주에 둔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섹시한 레드 컬러의 부츠를 매개로 이러한 세상의 편견과 시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킹키부츠'는 아버지가 죽고 파산 위기에 놓인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아름다운 여장 남자 롤라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작품이다. 제리 미첼이 연출을,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을 맡아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2014년 세계 첫 라이선스로 한국에서 공연을 선보였고 2016년, 2018년 공연했다. 이어 올해 관객을 다시 찾았다.
섹스 이즈 인 더 힐(Sex Is In The Heel), '레이즈 유 업/저스트 비(Raise You Up/Just Be)' 등 따라부르기 쉬우면서도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넘버와 배우들의 에너지와 열연, 엔젤들의 퍼포먼스가 볼거리를 더한다.
'버건디는 육포, 레드는 섹스의 컬러'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롤라는 소수자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남자가 반드시 남자다워야만 정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편견과 억압 속에서도 유쾌한 매력과 당당한 자신감을 지녔다.
주인공 찰리가 의젓한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도 관전 포인트다.
부도위기에 빠진 작은 공장 프라이스 앤 선을 물려받은 찰리는 얼떨결에 사장이 돼 막막해한다.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찰리는 우연히 롤라에게 영감을 받고 협력해서멋진 킹키부츠를 완성한다. 다툼과 갈등의 과정을 극복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롤라와 찰리, 공장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나는 분위기 속에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박은태가 처음 롤라 역을 맡아 ‘파격’ 변신했다. ‘지킬앤하이드’, ‘벤허’, ‘스위니토드’, ‘모차르트’ 등 이전 작품에서 진지한 역할을 맡아왔다. '킹키부츠'에서는 180도 변신해 높은 힐의 부츠를 신고 교태가 흐르는 몸짓과 능청스러운 입담을 선보인다. 남들과는 다르지만 당당함을 잃지 않는 롤라를 연기하며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찰리가 된 인피니트 성규(김성규)는 2막에서 롤라를 비롯한 공장 식구들과 갈등을 겪은 뒤 든든한 리더로 나아가는 모습에 몰입해 열연한다. 솔로곡 ‘소울 오브 어 맨(Soul of a man)’, ‘스텝 원(Step one)’ 등을 이질감 없이 소화한다.
‘킹키부츠’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한다. 155분. 만 7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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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