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Dynamite’로 미국 빌보드 최신 차트(9월 5일 자)에서 ‘핫 100’ 차트 진입과 동시에 한국 가수 최초로 1위에 올랐다.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과 ‘핫 100’ 차트를 모두 석권한 한국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방탄소년단은 세계 최대 음악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차트(8월 21일 자)에서도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톱 50’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첫날 전 세계적으로 777만 8950회 스트리밍 돼 올해 발매 첫날 스포티파이 글로벌 스트리밍 수 최다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Dynamite’ 뮤직비디오는 공개 동시에 접속자 수 300만을 넘기며 역대 최다 유튜브 프리미어 뮤직비디오 시청 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24시간 만에 1억 100만 조회수를 기록해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24시간 최다 조회수’ 신기록을 공인받았다. 또한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서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유튜브 비디오’,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유튜브 뮤직비디오’, ‘케이팝 그룹 가운데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유튜브 뮤직비디오’ 등 3개 부문에 공식 등재됐다.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이미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다이나마이트’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다보니 기자가 여기에 한 마디 더 얹을 이유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대중음악 듣고 글 쓰는 걸 업으로 삼는 사람인만큼 몇 자 보태보겠다.
1. 이 성공이 시스템의 성공인가?
싸이 ‘강남스타일’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시스템의 성공’인 것처럼 보는 시각들도 보이는데, 기자가 봤을 때는 이 역시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성공에 가깝다. ‘강남스타일’과는 약간 다른 방향의 원앤온리라는 게 기자의 시각.
이 성공이 시스템에 의한 성공이라면, 현재 방탄이 누리고 있는 영광은 방탄이 아닌 3대 기획사 아이돌 중 한 팀이 누리고 있어야 한다. 초대형 아이돌그룹의 성공, 해외 진출 모두 3대가 더 먼저 해봤고 기획사로서 역량도 3대가 훨씬 높았으니까. JYP가 원더걸스로 미국 진출한 게 벌써 약 11년 전 일이다.
지금 빅히트가 투자를 몇 조 유치하니, 상장을 하니 마니 해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거지 원래 빅히트는 중소기획사(심지어 BTS 런칭 전에 아주 쓰디 쓴 실패를 맛본 역사가 있는)였다. 그래서 방탄이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할 때 ‘중소의 기적’이라 불렸던 것이고.
방탄소년단의 노래 중 ‘바다’의 가사 내용 일부를 살짝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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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인 줄 알았던 여기는 되려 사막이었고
빽이 없는 중소아이돌이 두 번째 이름이었어
방송에 짤리기는 뭐 부지기수 누구의 땜빵이 우리의 꿈
어떤 이들은 회사가 작아서 제대로 못 뜰 거래
I know I know 나도 알아
한 방에서 일곱이 잠을 청하던 시절도
잠이 들기 전 내일은 다를 거라는 믿음도
사막의 신기루 형태는 보이지만 잡히지는 않았고
끝이 없던 이 사막에서 살아남기를 빌어 현실이 아니기를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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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땜빵이 우리의 꿈’이었던 팀이 어찌 시스템의 힘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방탄은 아이돌이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기초적인 전략인 외국인 멤버 넣기도 안 한 팀인데.
방탄의 성공 요소 나열하자면 글 하나로 끝나지 않을 거 같아 딱 하나 자체콘텐츠 이야기만 하고 넘어가겠다. 꾸준한 팬 유입에 기여하는 것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달려라 방탄’ 같은 자체 콘텐츠인데, 방탄이 데뷔한 2013년 이전에는 이런 자체 콘텐츠 개념이 (지금과 비교해) 매우 약했다. 00년대 후반~10년대 초중반은 자체 콘텐츠 열심히 찍는 것보다 방송국 예능 한번 나가는 게 더 중요했던 시기.
네이버가 2015년(2015년이면 이미 3세대 아이돌 시대로 왔을 때다)에 브이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한 게 사실상 아이돌 자체 콘텐츠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자체 콘텐츠가 수백만 조회수를 뽑고 막대한 국내외 팬들을 모으는데 힘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이외에도 방탄이 위엄을 보여주는 분야 중 적지 않은 것들이 당시로서는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당사자인 방탄소년단 본인들조차도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될 줄 알고 가요계에 뛰어들었을까.
2. 밝고 경쾌한 노래 ‘다이나마이트’의 성공을 보며
이 노래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케이팝 아이돌이 부른 영어 가사 노래라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기자의 눈에 더 들어온 것은 밝고 경쾌한 노래로 빌보드 핫100 1위를 했다는 점이다.
케이팝이 수출상품화 되면서 뚜렷하게 보인 몇 가지 경향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남녀 아이돌 가릴 것 없이 어깨와 눈에 힘주는 컨셉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먹힌다고 하는 컨셉과 음악들이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것이라 이러한 경향이 강해졌는데, 이러한 와중에 어찌 보면 그런 강렬함, 카리스마와는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곡으로 빌보드 핫100 1위를 했다는 게 기자로서는 재밌는 점이었다.
실제로 강한 컨셉으로 변화하면서 유튜브 조회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팀도 많고, 해외팬들이 많아진 게 체감이 되는 팀들도 많다.(몇몇 그룹 유튜브 영상은 정말 한국인 댓글 찾기도 힘들다) 강한 컨셉하면 방탄소년단이 또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팀이기도 하고.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어느 특정한 방향만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는 점을 느꼈다는 것이다.
케이팝이 수출상품화 된지 좀 되다보니 해외팬 유입하려면 이래야지, 조회수 잘나오려면 저래야지라고 단정 짓는 말과 글을 종종 보게 되는 데, 어느 특정 성향만 정답이라는 태도를 취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실감하게 됐다.
3. 한 뼘 더 커진 케이팝 꿈의 크기.
방탄의 이번 성공이 갖는 의미야 이미 워낙 많은 곳에서 다뤘기에 특별히 첨언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한 마디 거들어 보려고 한다. 크게는 두 가지로
첫 번째는 투자대상으로서 케이팝의 가치를 지켰다는 것.
두 번째는 다른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꿀 수 있는 꿈의 크기를 좀 더 확장시켜줬다는 것.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은 지금이 유례없는 전성기이지만, 몇몇 극소수 아티스트들 제외한 나머지 아티스트들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다. 그 이유는 물론 코로나19. 사실 방탄소년단도 원래 예정되어 있던 투어 정상적으로 돌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돈 많이 벌었을 것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 가수가 빌보드 핫100 1위가 됐다는 소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종목을 불문하고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산업은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이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돈으로나 명예로나 더 올라갈 하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방탄이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고 그래미상 이야기도 나오고 하는 것 자체 제법 큰 순기능을 한다. 업계의 ‘고점’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해주기 때문.
꿈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막연히 ‘빌보드에서 1위 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사례가 나오는 게 다른 기획사, 다른 아티스트에게 훨씬 더 큰 자극이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은 몽상으로 치부될 때도 많지만, 실현 가능한(실제 사례가 존재하는) 꿈은 계획과 도전으로 이어지니까.
요약하자면
1.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시스템의 성공’이 아니다. 이전 시대 케이팝의 유산을 아예 안 받았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2. ‘다이나마이트’의 성공을 보며, 특정한 방향과 컨셉이 정답이라고 단언하는 태도는 너무 위험한 태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3. ‘다이나마이트’ 빌보드 핫100 1위라는 성과 덕분에 케이팝이 꿀 수 있는 꿈의 크기가 한 뼘 더 커졌다.
이 정도의 이야기다.
한편, ‘Dynamite’는 밝고 신나는 디스코 팝(Disco Pop) 장르의 곡으로,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멤버들의 경쾌한 안무가 돋보인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방탄소년단의 마음이 담긴 방탄소년단만의 ‘힐링송’이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10일 오후 9시 NBC TODAY 시티 뮤직 시리즈(Citi Music Series), 17일 오전 9시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19일 오전 10시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페스티벌(iHeartRadio Music Festival)에 차례로 출연해 ‘Dynamite’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빅히트-네이버 브이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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